그래서 이들의 연애작업(?)은 매우 조심스런 편이다. 만에 하나 결혼을 약속하기 전에 연인 사이임이 드러날 경우 난처한 지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노출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이 때문에 일반인들은 겪지 못하는 갖가지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 이상의 부와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스타들. 연애와 결혼에 얽힌 그들만의 기막힌 사연을 추적해본다.
▲ 이봉주 부부 | ||
하지만 이와 달리 평소에 ‘운동선수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이진택은 김미옥을 단순한 후배로만 여기고 그녀의 계속된 ‘접근’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이러한 이진택의 닫힌 가슴에도 불구하고 김미옥은 어언 8년이란 세월동안 일편단심으로 그에게 헌신했다. 결국 2000 시드니올림픽 실패로 방황하던 이진택이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김미옥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올 4월 자신의 이름을 붙인 마라톤대회 현장에서 결혼해 화제를 뿌린 마라톤 영웅 이봉주(32) 김미순(32) 커플은 이와 반대로 남자측이 구애를 한 케이스다. “어느날 동네 친구가 ‘서울에서 운동선수들이 놀러왔다’며 나오라고 했는데 평소 운동선수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저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죠. 그런데 그 사람들이 무작정 우리 집으로 들이닥치는 거예요. 그때 온 사람이 봉주씨와 황영조 선수였어요.”
▲ 김택수-김조순 커플 | ||
‘동업자 커플’인 김택수(32•탁구)-김조순(28•양궁) 부부는 스포츠커플의 산실인 ‘태릉선수촌’ 출신이다. 타 종목뿐 아니라 동일 종목의 남녀 선수가 커플로 맺어지는 중요한 거점인 ‘태릉’은 그러나 단체생활의 특성상 힘겨운 ‘몰래 데이트’의 산실이기도 하다.
이들이 소개하는 에피소드 하나. 다른 태릉 커플들과 마찬가지로 연애 사실을 철저히 함구하고 극비리에 만나던 이들은 여느 때처럼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김택수의 차안에서 저녁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는데, 하필 배드민턴 선수들이 차 바로 옆에 죽치고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이들이 갈 때까지 차안에 숨죽인 채 갇혀 있어야 했던 이들은 “그땐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당시의 힘겨웠던 상황을 전한다.
‘유도커플’인 김병주(35)와 김미정(32)도 비슷한 일화를 갖고 있다. 선수촌에서는 철저히 서로를 모른 척하고 대신 미리 약속을 정한 다음 밖에서 만나는 이른바 ‘007작전’을 구사하던 두 사람은 주로 극장에서 비밀 데이트를 즐겼다.
김미정이 소개하는 그들만의 비화. “극장에 들어갈 때는 영화가 시작하고 극장 안의 조명이 꺼진 후에 뒤늦게 들어가고, 나올 때는 영화가 미처 끝나기 전에 살짝 빠져나왔다.” 이처럼 두 사람은 완벽한 주위 따돌리기로 1년을 넘게 세상을 속인 덕에 나중에 열애설이 흘러나왔을 때 오히려 동료 선수들이 나서서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며 극구 부인하는 사태까지 있었다고 한다. 한재성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