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신혼 선수가 있었는데 출신은 서울인데 선수 생활은 지방 팀에서 했다. 그런데 그 선수가 외아들인데다 어린 부인과 살고 있으니 부모님들은 먹는 것은 제대로 먹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어찌 걱정이 안되겠는가. 그래서 홈구장에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들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때마침 일주일간 지방원정을 갔다가 다음날 경기가 없는 날이라 서둘러 귀가하고 있을 때다. 그래서 아내에게 “분위기 잡아 놔”하고 전화를 했더니 부모님이 와 계시다는 거다. 순간 지금 들어가 봐야 내일까지 꼼짝없이 굶게(?) 생겼구나하고 생각돼서, 부부동반 회식이 있다고 착한(?) 거짓말을 하고 아내를 빼돌렸다. 그리고 한 숙박업소에서 샤워하고 들어 간 적이 있다.
요즘은 결혼해서 한동안 아이를 갖지 않는 선수들이 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예전에는 결혼하면 곧바로 아이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사실 아이는 일부러 갖지 않는 게 더 어렵다. 원정 갔다오면 작업(?)을 거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생기는 해프닝이 있다.
필자가 지방 팀에 있을 때 같은 아파트에 선배가 살고 있었는데, 한 번은 일주일 원정을 갔다왔다. 그런데 막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 선배의 아이가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그러면서 아이가 하는 말 “아빠가요, 여기서 한참 동안 놀다 오래요.”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한참 후에 그 선배한테서 인터폰으로 연락이 온 것이다. “어이 미안하다. 이번에는 너희 애들까지 보내라. 우리가 한참 놀아줄게.” 사실 이것도 상부상조다.
그날 저녁 그 선배 내외와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양쪽 집에 있는 장난감 종류가 다르니까 서로 돌려가며 노는 게 아이들한데 좋을 것 같다. 종종 이런 시스템으로 가자. 다음번엔 우리집 애들을 먼저 보내겠다.” 그날 소주 맛, 정말 죽여줬다. 이병훈 S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