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얼마만큼 기량이 발전하느냐는 것이다. 롯데 이대호는 차세대 거포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다가 시즌 중간에 백인천 감독이 부임하면서 시합에도 못나가는 처지가 됐다.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간다는 거다. 가까이서 이대호를 보면 덩치가 좋은 게 아니라 무서울 정도로 비만한 몸이다.
백 감독 입장에선 운동을 열심히 한 선수의 몸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이대호를 벤치에 들여앉혔다. 중요한 건 이대호의 생각이다. 매번 홈런을 칠 수는 없다. 내야안타도 쳐야되고 2루타, 3루타도 쳐야된다. 그런데 그 엄청난 몸으로 3루까지 뛰다가는 심장이 멎을 수도 있다. 그리고 포지션도 한정되기 때문에 타격이 부진하면 주전이 될 수 없다.
살 얘기가 나온 김에 김진우의 ‘살’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김진우도 국내 선수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체중이 많이 나간다. 김성한 감독도 시즌 내내 김진우의 살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그런데 김진우의 체질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다른 선수들은 시즌을 치르면서 점점 살이 빠진다. 특히 날씨가 더운 7∼9월에는 가죽만 남을 만큼 체중이 줄어든다. 그런데 김진우는 한여름에도 과한 체중이 시즌 막판에는 ‘백두장사’가 돼 있었다. 체질상 먹는 대로 살로 간다는 소리다. 결국 그런 체질이 김진우의 발목을 잡았다.
경기 초반에는 곧잘 던지다가 5회가 넘어가면 “헥헥”거린다. 또 몸집은 크지만 근육이 약하고 일찍 힘이 떨어지기 때문에 직구 스피드가 급격히 감소된다. 그때부터 변화구 위주, 그것도 파워있는 변화구가 아닌 빌빌거리는 변화구로 승부하다가 난타당하는 경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진우의 성공 요인은 체중 감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조용준도 신인으로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 조용준은 앞선 두 ‘거인’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체격이다(자신은 186cm라고 주장하지만 다분히 ‘언론사 배포용’이다). 사실 필자가 제일 걱정하는 선수가 조용준이다. 물론 아직 젊고 워낙 다부진 선수라 큰 무리는 없다고 말하는데 너무 많이 던졌거니와 특히 변화구(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공 10개 중 7∼8개가 변화구였다. 공 1개를 던져도 전력투구해야 되는 마무리 투수로서 분명히 무리를 했다. 조용준은 팔관리도 잘해야겠지만 내년에는 변화구 숫자를 줄여야만 타자한테 볼 배합을 읽히지 않을 것이다. S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