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23) | ||
미국 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23)이 내년에도 팀에 잔류해 둘 중 한가지 보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초 시즌 종료와 동시에 일간지 <애리조나 리퍼블릭>이 처음 김병현의 트레이드를 주장한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주변을 맴돌았던 트레이드설은 최근 들어 한결 잦아든 느낌이다. 물론 트레이드 시장에 내놨다는 사실을 구단이 공식 인정했던 선수인 만큼 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표적 트레이드’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이 확실하다.
김병현 트레이드에 대한 애리조나 구단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은 테네시주 내시빌에서 열렸던 윈터미팅(12월14∼17일, 이하 한국시간)에서 확인됐다. 매년 12월 열리는 윈터미팅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단장과 대소 에이전트 등 주요 야구 관계자들이 총집결하는 스토브리그 최대의 만남의 장이다.
그래서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의 교환 절차인 ‘룰(rule)5 드래프트’ 등 본연의 안건들도 있지만 윈터미팅의 진정한 관심사는 트레이드다. 올해 윈터미팅에서 애리조나는 1루수 에루비엘 두라조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보내고 신시내티 레즈에서 선발투수 엘머 다센즈를 데려오는 4각 트레이드 한건만을 성사시켰다.
늘 김병현과 함께 패키지 카드로 거론되던 두라조가 떠났으니 향후 김병현의 트레이드 성사 가능성은 그만큼 더 줄어들게 된 셈이다. 물론 윈터미팅 기간 동안 타구단의 ‘입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정난 타개책으로 간판 선수 세일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던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20승 투수 바톨로 콜론과 3루수 페르난도 타티스를 줄테니 김병현과 두라조에 유망주 한 명을 얹어달라”고 제안했지만 애리조나가 거절했다.
▲ 올 시즌 애리조나의 제3선발이었던 미구엘 바티스타.[로이터] | ||
애당초 김병현을 내놓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6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성공한 ‘원조 마무리’ 매트 맨타이(29)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폭스 스포츠넷>의 한 애널리스트가 지적했다시피 맨타이는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면서도 하체를 쓰지 못하고 팔로만 던지는 무리한 투구폼을 갖고 있어 팔꿈치 부상이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
만일 맨타이가 시즌 도중 갑자기 쓰러진다면 마무리의 막중한 책임을 떠맡을 투수는 올시즌 36세이브로 능력을 검증받은 김병현뿐이다. 이 모든 것을 계산한 애리조나는 스프링캠프의 테스트를 거쳐 김병현을 선발로 전환시킬 계획과 함께 비상시에 맨타이를 대신할 마무리 카드로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현재로서 급선무는 내년 스프링캠프의 선발 테스트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애리조나 선발진은 지금까지 부동의 `원투펀치 랜디 존슨, 커트 실링 외에 엘머 다센즈까지 3명만 확정된 상태다. 4,5선발 두 자리를 놓고 스프링캠프에서 김병현과 미구엘 바티스타, 신예 존 패터슨, 왼손 마이크 고슬링 등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역 언론들은 이미 김병현의 선발 전환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올시즌 3선발이었던 미구엘 바티스타를 중간계투로 보내고 김병현을 4선발로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바티스타는 타고난 잠재력은 우수하지만 다소 산만한 성격 때문에 기복이 심해 올시즌에도 8승9패, 방어율 4.29의 미진한 성적을 냈다.
결코 김병현이 극복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마이크 고슬링은 올해 더블A에서 14승5패와 방어율 3.13을 거두며 혜성같이 나타났지만 빅리그 경험이 전무해 당장 선발을 꿰차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결론적으로 내년시즌 김병현 앞에 펼쳐질 시나리오는 3가지로 요약된다. 팀에 남아 선발투수가 되는 최상의 안과, 중간이나 마무리로 뛰는 것, 혹은 트레이드돼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이다. 3번째 안은 본인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만 1,2안은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팀에 잔류한다는 가정하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고비는 내년 스프링캠프의 선발 시험이라 하겠다. 박진형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