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닮은’ 묘한 라이벌
먼저 출중한 능력은 닮은 꼴이다. 고 전 총리는 37세에 최연소 도지사가 됐고, 이 시장은 35세에 당시 국내 최고 기업이었던 현대건설 사장이 되었다.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점도 같다. 고 전 총리는 고시 합격 뒤 입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영장이 나오지 않아 자동 미필이 되었다고 해명한다. 이 시장은 논산훈련소에 입대했지만 기관지 확장증에 악성 축농증으로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 귀향했다고 한다.
둘은 대학 시절 총학생회장을 한 공통점도 갖고 있다. 고 전 총리는 1959년에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했고, 이 시장은 고려대 상과대학생회장 시절 한·일국교정상화 반대운동을 편 뒤 6·3 사태 때는 고려대 총학생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시위를 주도했다.
두 사람은 모두 ‘실용주의파’로 통한다. 고 전 총리는 최근 강연에서 ‘창조적 실용주의’를 화두로 제시하며 이념의 미혹에서 벗어나 실사구시를 따라야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갈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시장은 CEO로서의 경험을 근거로 자신의 리더십을 ‘현실적 실용주의 입장’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최근 “이 지구상에서 우리나라만 진보와 보수를 따진다. 문제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과거 고건 전 총리와 이명박 서울시장을 모두 보좌했던 적이 있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이렇게 두 사람을 평하기도 했다.
“두 분 다 꼼꼼하고 균형감각이 있다. 두 분 다 사람관리를 안한다는 게 약점이다. 한 사람은 지나치게 자신을 관리하다 보니까 그렇고, 한 사람은 그런 일에 관심이 없다 보니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또 다른 차이는 리스크를 거느냐, 안 거느냐의 차이다. 기업은 리스크가 클수록 수익이 높다. CEO 출신의 이 시장이 리스크가 클수록 할 만한 일이라고 여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고 전 총리의 장점은 실수를 안 한다는 점이다. 그게 단점일 수도 있다. 하나 덧붙이자면 이 시장의 장점은 운이 따르는 사람이라는 점일 것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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