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유명 프로야구 선수 부부가 외도문제로 파경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 실과 관련 없음. | ||
실제로 A와 아내 B씨는 벌써 1년 넘게 별거중이다. 2001년 10월 말경부터 집을 나간 뒤론 지금까지 집 밖에서 머물며 떠돌고 있다. 한때 합의 이혼 직전에까지 이르렀다가 생활비와 양육비 문제로 의견 충돌이 빚어져 결렬된 상태다. A가 집을 나간 가장 큰 이유는 여자 때문. 술집에서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다가 살림까지 차린 것이다.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한 A선수 부부는 내조 잘하는 아내, 자상한 남편이라는 이미지로 여성지에도 소개될 만큼 잉꼬 부부임을 과시하고 살았다. 일찍 남편을 빼닮은 아들을 낳고 탄탄대로를 달려가던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시즌 막판 무렵부터다.
B씨와 B씨 주변 인사들의 주장을 토대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남편의 잦은 외박과 음주에 대해 이상한 생각을 갖게된 아내 B씨는 한 동료 선수로부터 남편이 다른 젊은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B씨가 관리하는 남편 개인 홈페이지에 암호인 듯한 이상한 메일이 올라오는 것도 그런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며칠 만에 귀가한 남편에게 따지듯 물었지만 마음이 심란해서 그런 것이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달라는 퉁명스런 말투가 전부였다. 시즌중이라 겉으로 내색하지 못하고 시즌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시즌 종료하자마자 남편은 아예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시 B씨는 임신 3개월이었다. 심한 입덧으로 엄청난 고생을 했지만 남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못됐다.
나중에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남편과 그 여자가 동거한다는 집을 알아낼 수 있었다. 주소만을 들고 집에 찾아간 순간 B씨는 너무나 황당한 상황을 보고 말았다. 다름 아닌 A의 어머니가 두 사람이 동거하는 집 바로 옆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A의 어머니는 남편(즉 A의 친아버지)과 헤어져 혼자 살고 있었는데 아들이 바람나서 딴 여자와 살림 차린 집 옆에 방을 얻어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고 있었던 것.
A는 아내가 들이닥친 상황에서도 천하태평이었다고 한다. 고소하려면 하라는 태도였다고. 야구 그만두면 그뿐이라고 오히려 더 큰 소리였다. B씨는 A의 안면몰수에다 배짱을 퉁기는 모습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서 B씨는 여러 차례 병원으로 실려 갔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쓰러지고 만 것. 문제는 뱃속의 태아였다. 조산기가 있으니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의 강력한 당부가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 5월, 우여곡절 끝에 둘째아이 출산일을 맞았다. 계속되는 B씨의 증언. B씨는 병원 가기 며칠 전부터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휴대폰에 여러 차례 음성메시지를 남겼지만 도통 전화가 오지 않았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남편의 사인이 필요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을 설명해도 A는 끝내 병원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 결국 A의 아버지가 보호자 사인을 대신했고 B씨는 서러운 심정으로 둘째를 낳았다.
몇 개월 뒤 A가 우연히 집에 들른 적이 있었다. 옷가지를 챙겨갈 목적으로 집에 왔다가 자신의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아이를 보고나선 더 이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 누가 봐도 그 아이는 A를 도장 찍은 듯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B씨는 주변 사람에게 이런 심정을 토로한 적이 있다. “난 아이들의 엄마이기 전에 여자다. 날 철저히 무시하고 보란듯이 딴 살림 차려 살고 있는 남편을 보며 어떻게 제정신일 수 있겠나. 간통으로 고소할 생각도 했었고 그들이 살고 있는 이웃 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경찰에 신고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 때문에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아빠이기 때문에….”
B씨는 만약 A와 이혼할 경우 이민까지도 갈 생각을 했었다. 큰아들이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점을, 그리고 야구장 가는 걸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아예 아무도 모르는 외국으로 도망치듯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A가 이혼에 합의하지 않는다는 사실. 마음 잡고 다시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게 주된 이유라고 한다. 이럴 경우 이혼 소송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만약 소송까지 갔다가 아이의 양육권 문제가 거론될 경우 우리나라 법률상 경제력이 없는 여자한테 절대 불리하다는 사실 때문에 소송은 생각할 수도 없는 처지다.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한 여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A와 동거중인 그 여자였다. 대뜸 하는 말이 “왜 안 헤어지고 버티고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였다. 3시간 가량 통화를 하면서 B씨는 A가 ‘내연녀’한테 똑같은 상황을 놓고 완전히 반대로 설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또 결혼할 당시 자신의 엄마 협박에 못이겨 혼인신고를 했으며 결혼 전 직장 생활하다 출장갔을 때 동료 남자 직원과 함께 출장갔던 일을 두고 이상한 관계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까지 전해 듣게 됐다.
그날 저녁 A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나만 믿어라. 누구 말도 믿지 말고. 다 정리하고 앞으론 애들만 위해 살겠다”는 멘트를 꺼냈다. B씨는 두 남녀가 자신을 두고 장난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더 이상 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전화를 끊고 말았다.
B씨가 가장 불쌍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큰아들이다. 딸이야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옆에 없었기 때문에 아빠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큰아들은 함께 야구장 다니고 응원하면서 누구보다 야구선수 아빠의 열렬한 팬이었다. 지금도 전화벨이 울리기만 하면 “아빠야?”하고 묻는 바람에 B씨를 가슴 아프게 만든다. 가끔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들 모습에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편과의 이혼을 고집하다가도 번번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A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집에 들르는 것을 B씨는 결사 반대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얼굴 보는 아빠의 품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아들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것이다. 요즘 A는 아들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밖에서 외식을 함께 하는 등 아빠 노릇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집엔 들어오지 않고 있다.
B씨는 지인들에게 이렇게 하소연한 적 있다. “지금은 참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가 당한 것 이상으로 되새김질해서 그 사람한테 복수할 것이다. 자신의 불륜을 내가 먼저 불륜을 저질렀다며 합리화하고 우리 가족을 욕되게 했으며 무엇보다 아이들한테 큰 상처를 줬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다. 언젠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