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프로야구에서 ‘연봉킹’을 주장하고 있는 이승엽의 행보를 지켜본 뒤 계약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가 갑자기 구단의 의견을 전폭 수용하고 도장을 찍은 터라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이운재가 지난해 받았던 1억1천만원의 연봉에 비하면 엄청난 신분 상승을 이룬 게 사실이다. 또 출전수당과 승리수당을 합치면 연봉과 맞먹는 액수를 챙길 수 있게끔 ‘보조 장치’를 마련해 두기도 했다. 그래도 최고 대우를 요구했던 이운재의 발언에 비추어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 이운재는 “이승엽보다 연봉 액수가 낮을지는 몰라도 1년간의 출전 수당 등 기타 보너스 등을 합치면 내가 챙겨가는 몫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운재의 측근에 따르면 계약을 하지 못한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한 구단의 고단수 심리전에 이운재가 말려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 이운재 | ||
이운재도 계약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시원섭섭하다”는 짤막한 대답을 내놓으며 “오랫동안 버틸 생각도 있었지만 새해를 맞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싶었다”는 우회적인 말로 계약 배경의 한 부분을 흘렸다. 하지만 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분명히 이운재와 구단간의 ‘비밀 협정’이나 ‘언더 테이블 머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구단 관계자와 이운재 측근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일단 이운재는 구단으로부터 은퇴 후 유럽 연수와 코치직 보장을 제공받은 것 같다. 구단측은 이운재가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이운재도 5년 후 은퇴 여부를 결정지은 뒤 구단이 마련한 해외 연수와 지도자로서의 첫 걸음을 친정팀에서 시작하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공식적인 연봉과 실제 구단에서 지급하는 연봉과는 차이가 있다는 얘기가 이운재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운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확인을 거부하고 있는데 성격 탓인지 정색을 하며 부인하지 못해 설득력 있는 ‘소문’임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즉 계약한 연봉보다 실수령액이 훨씬 많다는 내용이다. 이운재가 예상을 깨고 일찍 계약을 맺은 데에는 김호 감독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 김 감독은 직접 이운재에게 전화를 걸어 “왜 삼성 구단 내 최고 대우를 원했느냐. 전 운동선수 중 최고 대우를 받겠다고 했어야지”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팀에 남아 줄 것을 부탁했다는 것.
‘고(고종수)-데(데니스)-로(산드로)’ 트리오가 해체되는 마당에 이운재마저 다른 팀으로 갈 경우 올 시즌 삼성의 전력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김 감독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든 이유다.
팀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운재로선 김 감독의 부탁을 뿌리칠 만한 ‘대안’이 없었다. 만약 삼성과의 재계약에 실패하고 타구단으로의 이적이 마땅치 않을 경우 J리그행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나이와 팀 적응 부분을 감안했을 때 여의치 않다는 판단도 삼성과의 계약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김호 감독의 애제자로 꼽혔던 고종수의 앞날은 먹구름만 잔뜩이다. 이운재에게 팀 간판 자리를 내주면서도 FA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삼성과의 재계약 무산으로 물거품이 됐기 때문. 향후 진로 문제도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심심치 않게 J리그 진출설이 나돌고 실제로 고종수측에서 박지성의 에이전트인 위더스포츠쪽에 J리그 진출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