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국내 스포츠계에선 음주사고로 인해 패가망신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선수생명이 단축된 경우가 있는가 하면, 트레이드의 빌미가 된 경우도 있었다.
가장 먼저 프로의 닻을 올린 야구계에는 선수들의 음주와 관련된 비화가 많다. 한 예로, OB(현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한 P코치는 술 때문에 선수단을 발칵 뒤집어놓은 적이 있다. 대구 원정경기를 위해 수성호텔에 묵고 있을 때 호텔 근처 포장마차에서 거하게 한잔하고 숙소로 돌아가다가 갑자기 옆에 있던 수성못에 몸을 던진 것이다.
연못에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OB선수단은 발칵 뒤집혔고, 호텔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P코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미 호텔 방에 와서 자고 있었는데, 이유인즉슨, 호텔로 빨리 돌아오기 위해 수백 미터가 넘는 연못을 헤엄쳐 건너왔다는 것이었다.
99년 9월 어느 날, 평소 친분이 두터운 지인들과의 모임에 나간 K씨는 귀가길에 차를 몰고 가다 그만 쇼핑센터로 돌진하는 대형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당시 타고 있던 승용차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졌지만 고급 외제차의 튼튼함 때문인지 K씨는 다행히 경상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사고 후유증과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1년 반 동안이나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고, 해당 구단은 사고 며칠 후 모기업 감사부로부터 특별감사를 받아야 했다. 이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당시 그는 감기기운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약을 먹고 모임에 참석해야 했는데 이것이 알코올성분의 급속한 확산을 가져왔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올림픽대표 출신의 J도 술 때문에 선수생활을 일찌감치 접은 케이스. 평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출전이 적은 데 불만을 품고 있던 그는 지방에서 합숙훈련중이던 99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숙소에서 몰래 빠져나와 술을 마시다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그는 올림픽팀에서 퇴출당하는 동시에 축구협회로부터도 3개월 간의 출전정지 처분을 받아야 했다.
이외에도 홈런왕 출신의 인기스타로, 비오는 날 술 마시고 차를 몰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전성기를 병상에서 보내야 했던 K 전 코치, 유력한 신인왕 후보였다가 음주운전 사고로 중징계와 트레이드의 수모를 겪었던 또 다른 K선수, 그리고 한창 잘나갈 때 폭음으로 감독의 얼굴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추태를 부린 죄로 퇴출의 위기를 맞았던 축구의 J선수 등도 음주로 인해 낭패를 본 케이스다.
이들과 달리 수많은 음주사건에도 불구하고 선수생활을 거뜬히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농구의 대표적 ‘주당’인 H선수는 숱한 음주파동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코트를 지키고 있는 ‘의지의 한국인’. 93년과 95년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린 적이 있는 그는 96년에는 ‘무면허 뺑소니’ 사건에까지 연루됐고, 음주운전 외에도 93년 태릉선수촌 음주사건과 이듬해 나이트클럽 폭행사건, 그리고 96애틀랜타올림픽 때의 ‘집단음주사건’에도 이름이 올라가는 등 술과의 질긴 악연을 갖고 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술 때문에 선수생활에 오히려 덕을 본 경우도 있는데, ‘애주가’임에도 불구하고 프로축구 득점왕에 올라 ‘취골의 대가’로 통한 P씨가 대표적이다. 프로야구에서도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인 아무개 선수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대기록을 작성했다는 후문이 있는가 하면, 빙그레(현 한화)에서 뛰던 강타자 L선수도 평소에는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던 선동열(당시 해태)의 공을 취중에 홈런으로 연결한 바 있다.
한재성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