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스타급 선수들이 떠났다고 해서 K-리그가 팬들로부터 외면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떠난 자리는 다른 선수로 채워지게 마련이다. 올해는 올림픽 예선전이 치러지기 때문에 올림픽 대표팀에서 월드컵 대표팀을 능가할 만한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할 것으로 본다. 프로 신인 중에서 그런 선수가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매력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이다. 이 부분은 구단과 선수에게 바랄 게 아니라 협회나 연맹에서 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급선무는 유소년 축구의 활성화다. 뿌리가 튼튼하면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릴지언정 뽑히지 않기 때문이다.
글쎄, 내가 K-리그에서 뛸 수도 없고 쉽게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해외로 나간 선수들을 그리워하기보단 그에 못지 않은 선수를 발굴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J리그의 모든 팀들은 유소년 클럽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 수급이 용이하다.
또 ‘물건’이 될 만한 ‘꿈나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조련해서 성인팀으로 올려보내기 때문에 ‘자산’이 많을수록 상대적인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떠난 선수의 빈자리만 걱정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제대로 채울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홍명보]
일본에서 K-리그 복귀 후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 세월이 흘러도, 월드컵을 치른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프로 구단의 무사안일주의였다. 마케팅이라고 내세우는 걸 보면 스타플레이어를 위주로 하는 근시안적인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고 정작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엿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진출을 시도했던 것이다.
구단과 연맹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흥행을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마케팅만으로 관중몰이를 기대하는 건 위험천만이다. 팬들의 수준을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