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농구대잔치 올스타전에서 ‘날렵한’ 실력을 선보인 김태환 LG 감독. 김 감독과의 솔직한 취중토크는 유쾌 상쾌 통쾌한 시간이었다. 임준선·이종현 기자 | ||
올스타전 휴식기 동안에도 쉼 없는 훈련으로 ‘불안한’ 1위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 ‘간단하게’ 소주 두 병으로 끝을 냈지만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는 대답과 거침없는 태도로 ‘방문객’들을 넉다운시킨 ‘끼’에 푹 빠지고 말았다. 오히려 취재원의 진솔함을 ‘가려서’ 정리해야 할 만큼 ‘잡초’ 인생으로 대변되는 김 감독의 한풀이는 삼겹살에 걸치는 소주잔을 마구 헤엄치고 다녔다.
초장엔 올스타전 얘기로 분위기를 띄웠다. 외모, 신장, 체중 등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었던 김태환 감독으로선 TV 생중계까지 되는 올스타전을 앞두고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팬들 앞에서 ‘쫄쫄이’ 유니폼을 입고 감춰둔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일만은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던 것.
“복대까지 준비했다니까. 아무리 뱃살을 감추려고 해도 유니폼이 너무 꽉 끼는 바람에 소용이 없더라구. 방송만 안해도 괜찮겠는데…. 그래서 무조건 열심히 뛰었지. 뱃살이 보이지 않도록.” 김동광, 김진, 신선우 등 주변이 온통 현역시절 한가락했던 ‘선수’들이라 ‘가방끈’ 짧은 그로선 물불가리지 않고 뛸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내가 실력이 없어 대학에 못간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구. 가정 형편 때문에 스카우트를 받고도 못간 거지. 간혹 학벌만 보고 내 실력을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 참에 진가를 보여주려고 벼르기도 했었어.”
알려진 대로 김 감독은 동대문상고 졸업이 최종 학력이다. “국민은행 감독 시절만 해도 내 ‘족보’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었다구. 은행 감독이 어딜 나왔는지 무슨 관심이나 있었겠어. 그런데 89∼90농구대잔치서 우승하고 나니까 갑자기 신문에 다 까발려진 거야. 프로팀 감독이 된 후로는 아예 단골 레퍼토리가 됐어. ‘고졸 출신 최초의 프로농구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거지. 이젠 속일 수도 없어요.”
김 감독은 초등학교 코치서부터 차례대로 단계를 밟아 올라왔다. 지도자 경력만 30여 년이 넘을 정도다. 돈과 명예를 따진다면 지금의 프로 감독 자리가 제일 훌륭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감독은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정말 솔직하다. 김 감독은 자신의 솔직함이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좋은 학벌이 판치는 이 바닥에서 진실성이 없으면 생존하기가 어려워요. 특히 선수들한테 솔직하지 못하면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선수가 감독을 믿지 못하는데 좋은 성적이 날 수 있겠어?”
술에 관한 에피소드가 빠질 수 없다. 김 감독은 농구계에서 알아주는 ‘말술’. 선수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선수들, 구단 직원들, 기자들을 상대해서 술을 주고받다보면 소주 1백여 잔은 거뜬히 받아넘긴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활 신조가 농구 코트 외의 술자리, 노는 자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이다.
김 감독의 ‘18번’은 나훈아의 ‘잡초’다. 노래방을 가면 동행한 사람들이 물어보지도 않고 ‘잡초’를 입력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18번이 되었다고 한다.
경력만 따진다면 ‘남탕’(남자팀)보다 ‘여탕’(여자팀)에서 있었던 시간이 훨씬 길다. 김 감독도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아기자기했다고 회상한다. 때론 여자 선수들 중 김 감독에게 연정을 품고 짝사랑을 고백한 ‘깜찍한 일’도 있었고 김 감독에게 맞은 뒤 복수의 칼을 갈던 선수도 잊을 수 없는 존재다. 지금은 모든 일들이 ‘과거’가 되었지만 선수가 아닌 ‘아줌마’로 다시 만난 그들 앞에서 김 감독은 더 이상의 ‘호랑이’ 감독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트레이드를 통해 다른 팀으로 간 선수 중 가장 아까운 선수가 누군지를 물었다. 주저없이 코리아텐더로 이적한 황진원 선수라고 말한다. “끝까지 보내고 싶지 않았는데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었어. 하지만 (황)진원이는 날 무척 원망했을 거야. 내가 버렸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사실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터프하다, 여우같다, 시골스럽다, 바보스럽다. 곰바우같다, 말을 잘 한다, 재주가 많다, 순진하다, 잘나가고 있다.’ 이 내용은 프로 9개팀 감독을 소재로 삼은 연상 게임에 대한 김 감독의 답변이었는데 실명을 연결할 경우 불미스런 오해를 살 수도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