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5일 기술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코엘요 감독을 보좌할 국내 참모진이 어느 정도의 윤곽을 드러내겠지만 그동안 수석코치 자리를 놓고 협회 안팎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상황을 점검해보면 코치 확정 이후에도 그 후유증이 상당할 듯하다.
이런 축구협회 분위기를 결코 알 리 없는 코엘요 감독의 입국 현장 스케치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코칭스태프 구성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살펴본다.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코엘요 감독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에 베이지색 롱코트를 입고 있었다. 축구협회 가삼현 국제국장의 도움으로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 인사를 잊지 않았던 그는 공항에 모여든 취재진들 앞에서 향후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해 짧은 소감을 피력했다.
30여년 전 포르투갈 벤피카팀 소속 선수로 방한했을 때와는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진 한국의 국제공항 수준과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 그리고 매스컴의 요란한 취재 경쟁 속에서 잠시 혼란스러움을 느꼈다는 코엘요 감독은 시종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국내 취재진과 첫만남을 가졌다.
우선 코엘요 감독이 직접 밝힌 축구 스타일은 압박축구의 전형이다. “공이 있으면 무조건 공을 빼앗는 것은 물론 잡았을 경우에도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세계축구의 흐름에 맞도록 빠른 축구를 선호한다”는 설명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히딩크 감독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코엘요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성과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월드컵 4강 진출의 신화를 토대로 대표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프리미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즉 히딩크 감독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면 코엘요 감독은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 훨씬 안정된 기반에서 팀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 3일 베이지색 롱코트를 입고 입국한 움베르토 코엘요 감독은 시종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국 내 취재진과 첫만남을 가졌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코엘요 감독은 한국팀의 장점에 대해 “뛰어난 정신력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갑자기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의 조직력도 돋보인다”면서 히딩크 감독이 만들어낸 ‘멀티 플레이어’ ‘멀티 포지션’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후 한국팀 경기를 여러 차례 비디오로 분석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팀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날카로웠다. 상대팀 공격이 갑자기 밀고 들어올 때 수비수들이 당황했던 부분을 예로 들었다. 이것은 월드컵 기간 동안에도 수차례 지적된 한국 대표팀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코엘요 감독은 짧은 스탠딩 인터뷰를 마치고 곧장 숙소인 신라호텔로 이동했는데 방한 기간 동안 축구협회 관련 행사가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져 있지만 앞으로 가족들과 거주할 집과 둘째 딸(17)이 다니게 될 프랑스인 학교를 직접 알아볼 것이라며 가족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과시했다.
한편 코엘요 감독의 입국과 함께 ‘코엘요호’에 승선할 국내 참모진이 어떻게 구성될지 하마평이 무성하다. 기술위원회는 이미 몇 가지 기준을 세워놓고 후보 리스트를 작성했으며 그 대상으론 최강희 전 아시안게임대표팀코치와 이태호 전 대전 감독, 박성화 청소년대표팀 감독, 그리고 조영증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5일 기술위원회를 통해 결정이 될 예정인데 이미 축구계에서는 박성화 감독이 가장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박 감독이 청소년대표팀에서 보여준 지도력과 지난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거둔 성적(우승)도 무시할 수 없는 ‘프로필’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기술위원들은 이러한 협회의 움직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술위원인 조민국 고려대 감독은 “국제대회 우승 전력을 놓고 코칭스태프를 구성한다면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당연히 박 감독이 맡았어야 한다. 그때는 탈락시키고 지금에서야 우승 전력 운운하며 박 감독을 성인팀 수석코치로 앉히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건 기술위원인 아무개씨가 수석코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축구계 인사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한다는 소문이다. 조중연 전무가 강하게 만류하고 있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기술위원회의 김진국 위원장은 코칭스태프 구성에 학연, 지연을 배제한다는 인사 원칙을 밝혔는데 코치 후보에 오른 최강희 전 코치는 “학연, 지연이 무시될 수 없다. ‘라인’이란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림픽대표팀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며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크게 기대 안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