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경우에는 부와 명예가 보장된, 야구인으로서 성공한 케이스다. 어릴 적부터 머리 속에 그려놨던 밑그림에 완벽하게 색칠한 격. 하지만 뒤의 선수는 현역 때의 ‘간판’은 전혀 중요치 않다.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할 따름이다. 다행히 중•고등학교 코치 자리라도 있다면 ‘땡’ 잡은 거다. 만약 야구판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엔 그날부터 맨땅에 헤딩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얼마 전 우연히 작년에 은퇴한 젊은 후배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선수시절 성실, 근면의 대명사였던 그 후배가 ‘깍두기’들하고 사업을 한다며 명함을 내미는데 얘기를 듣고보니 어려운 사람들 돈 빌려주고 받을 때는 왕창 뜯어내는 무서운 사업이었다. 후배는 힘들이지 않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며 한껏 목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 후배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술 한잔하고 택시를 탈 일이 있었다. 운전기사가 인사를 하길래 야구팬인 줄 알고 건성으로 인사를 받았는데 잠시 후 백미러에 드러난 기사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같은 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친한 후배였던 것이다.
한동안 소식이 없어 궁금했었는데 취객과 기사로 해후할 줄 누가 알았으랴. 자신은 택시를 몰고 아내는 보험 영업을 하면서 악착같이 산 덕분에 서울 근교에 조그만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그 후배는 돈을 좀 더 모아서 경기도 지역에 ‘구락부’팀을 창단해 초등학생들을 가르칠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날도 새벽이었다. 역시 술을 마시고 이번엔 대리운전을 불렀다. 그런데 그날 온 기사도 몇 년 전에 은퇴했던 후배 선수였다. 알다시피 대리운전기사는 저녁에 자기 시간이 없다. 그리고 날이 밝아야지 일이 끝난다. 그 후배의 목표는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서 조그만 식당을 차리는 거였다. 낮에는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기사로 뛰는 등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해 보였다.
프로는 그라운드에서나 통할 뿐이다. 유니폼을 벗은 선수들의 사회생활은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열심히 운동했을 때의 정신력이 살아 움직인다면 은퇴가 두렵지 않을 것이다.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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