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근 | ||
시즌을 앞두고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며 ‘일년 농사’를 준비하는 해외전훈지에서 구타와 폭행, 감금과 재판이라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게 된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정수근-한태균 사건의 진상과 함께 지난 15일 손가락 골절상으로 귀국한 SK 투수 김원형의 정확한 부상 이유를 캐봤다.
정수근-한태균의 하와이 폭행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구단 차원에서 조용히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현지에 파견된 취재기자들이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두산측의 발빠른 대응과 부탁으로 인해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한다’는 차원에서 눈감아주기로 했던 것.
그러나 하와이가 아닌 서울에서 ‘문제’가 생겼다. 우연히 그 소식을 접한 한 스포츠신문의 기자가 현지에 나가 있는 후배 기자와 구단 직원들을 상대로 확인 작업을 벌이다가 취재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즉 서울에서 폭행 사건과 관련해 기사를 쓸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사화하지 않기로 했던 현지 기자들이 ‘물먹을 것’을 우려해 약속을 깨고 너도 나도 기사를 써서 송고하기 시작한 것. 그 중에서도 정수근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한 스포츠지 기자는 끝까지 기사를 축소하거나 외면하는 방법으로 ‘우정’을 지켰지만 다른 기자들은 서둘러 폭행 사건의 전모에 대해 글을 작성했고 결국 하와이의 ‘심야 난투극’은 만천하에 공개되고 말았다.
재미있는 것은 현지 기자들도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제각각 관점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한태균과 정수근이 새벽녘 감자탕집에서 야식을 먹다가 한인 청년들로부터 몰매를 맞았다는 얘기서부터 두 선수가 숙소 통금시간(11시)을 어기고 외출했다가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바람에 폭행사건에 휘말렸다는 설, 그리고 교포 여자들과 함께 어울리다 청년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소문 등 다양한 스토리들이 쏟아졌다.
문제는 영문 모를 구타를 당한 한태균을 위해 ‘흑기사’를 자처했던 정수근이 현지 경찰에 체포된 점. 정수근은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아 경찰을 향해 거칠게 항의하다 잠시 수갑까지 차고 2시간이나 유치장 신세를 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결국 보석금을 물고 풀려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사건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태가 확대되면서 가장 놀란 사람은 정수근의 아내 서정은씨다. 처음엔 남편으로부터 현지 경찰들과 가벼운 마찰이 있었다는 얘기만 듣고 별다른 걱정을 안했는데 신문에서 보도를 하는 바람에 사건 경위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수근은 ‘걱정하지 말라’는 투다. 잘못한 게 없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것. 죄라면 통금 시간 어기고 숙소 밖에서 술마신 것밖에 없다는 ‘가벼운’ 해석이다.
정수근은 지난 22일(한국시간) 하와이주 호놀룰루 지방법원의 약식재판에서 4백5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 손가락 골절로 귀국한 SK 김원형 | ||
그런데 김원형의 귀국 동기를 놓고 현지 기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그 중 한 기자는 김원형의 ‘자해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즉 김원형이 다쳤다는 14일 오전에 운동장에서 김원형을 보지 못했다는 것. 분명 숙소를 나가긴 했는데 그 이후 김원형의 행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원형은 “귀국 후 그런 소문이 났다는 걸 알게 됐다. 다친 날짜가 잘못 알려져서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14일 오전이 아니라 13일 오전이었다. 밤새 손등이 부어 올라 다음날 아침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15일 귀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SK구단측에서는 김원형에게 징계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김원형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징계와 관련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 항간의 폭행설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부상으로 소문에 휩쓸린 데다 다시 마운드에 서려면 3개월 가량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마저 더해져 올 시즌 화려한 부활을 꿈꿨던 김원형으로선 이래저래 답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