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살 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미셸 위는 ‘남들이 한 달 배울 양을 하루에 해치울 정도’로 천재적이었다고 한다. [로이터] | ||
미셸 위에게 뜨거운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미 두 해 전 하와이주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했을 만큼 천재성을 지닌 데다 이 소녀의 도전 대상이 여자가 아닌 남자로 옮겨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자신의 목표가 LPGA 우승이 아니라 PGA 우승이라고 밝히는 미셸 위의 평범치 않은 행보는 무한한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미셸 위는 지난 1월 PGA투어 소니오픈예선에 참가해 고배를 마셨다. 1오버파로 96명의 남자 선수들 가운데 47위에 그쳐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던 것. 그러나 한 달 뒤에 열린 펄오픈대회에서는 컷오프를 통과, ‘아저씨’들과 동등한 경쟁을 펼친 끝에 43위에 올라 주위를 놀라게 했다. LPGA는 물론 PGA대회들의 쇄도하는 초청장들로 인해 고민에 빠진 미셸 위의 그린 밖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셸 위는 하와이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인 위병욱씨와 대학 시절 한국에서 골프선수로 활동한 어머니 서현경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13년 전 하와이로 이민을 간 위씨 부부는 현지에서 태어난 미셸이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네 살 때부터 테니스, 피아노, 발레, 축구, 야구, 체조, 수영 등을 배우게 했다고 한다.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어린 나이였지만 또래의 아이들보다 체격이 크고 성장이 유난히 빠른 미셸한테는 다양한 경험과 배움들이 큰 자극제가 됐다. 현재 미셸의 키는 183cm.
골프는 부모의 영향이 컸다. 골프선수였던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까지 골프를 즐겨했기 때문에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골프장은 미셸의 또 다른 ‘놀이터’였다.
“여러 종목을 배우면서도 유독 골프에 더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것도 퍼터보다는 드라이버만 잡았다. 무조건 세게 때리는 걸 좋아했다. 어려서부터 남자들이 하는 스포츠는 죄다 섭렵했고 지는 걸 몰랐다. 그래서인지 여자들과 하는 놀이나 경기에는 별로 흥미를 갖지 못했다.”
미셸의 아버지 위씨의 설명이다. 다른 스포츠와 함께 시작한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운 시기는 다섯 살 때. ‘신동’이란 말이 적절할 만큼 배우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자신이 좋아하는 타이거 우즈나 어니 엘스의 비디오를 시청한 뒤엔 반드시 그들의 스윙을 정확히 흉내냈다고 한다. 골프스쿨의 한 코치는 ‘다른 선수들이 한 달 동안 배울 양을 단 하루 만에 해치운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하물며 집에서 가족들과 윷놀이를 할 때도 지는 걸 못 참는다. 너무나 승부근성이 강해 걱정이 될 정도로 생활의 대부분을 게임으로 연결시킨다. 다행인 것은 그런 승부근성이 학업에서도 빛을 발한다는 사실이다.”
위씨는 미셸의 지난 학기 학점이 ‘올A’였다고 말한다. 공부를 등한시하거나 학점을 소홀히 하면서 골프에 매달리진 않겠다는 것이 미셸과 부모의 생각이다. 미셸은 한국어로도 대화가 가능하다. 읽기는 물론 쓰기도 곧잘 한다. 펄신이나 박지은이 한글 쓰기에 서투르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위씨 부부의 한국어 교육이 큰 효과를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
미셸이 여자대회 참가를 좋아하지 않게 된 데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다. 열한 살 때 하와이주 아마추어대회에서 2위와 9타차로 우승을 차지하며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당시 챔프 보비 콕스가 맥없이 무릎을 꿇었던 부분은 미셸한테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셸은 올해 남자대회인 캐나다투어 베이밀스오픈을 비롯해 미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 등 모두 6개의 LPGA대회 참가를 확정지었다. 오는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CJ나인브릿지클래식 참가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국내팬들도 ‘소녀 골프신동’을 만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미셸은 전화 인터뷰 말미에 “PGA 우승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따라서 컷오프 탈락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얼마만큼 예선에서 떨어질지 알 수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어니 엘스 옆에서 활짝 웃고 사진 찍을 날이 오지 않겠냐”는 대답으로 야무지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벌써부터 미셸의 프로 데뷔 시기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이 위씨 부부를 힘들게 하고 있다. 위씨는 “골프만 아는 선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 진학 후 프로에 데뷔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분간 프로 데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 신동’ 미셸의 밝혀지지 않은 약점 한 가지. ‘다행히’ 뜀박질에만 약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