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운씨(오른쪽 사진)의 딸 고아라양 | ||
특히 218cm의 하승진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 장신 센터로 활약했던 아버지(키 203cm)의 뒤를 이어 한국 선수 최초로 NBA 진출을 노리고 있다. 스포츠계에는 이렇듯 대를 이어 운동 선수로 활약하는 2세들이 많다. 부모와 같은 길을 걷는 경우도 있고 ‘그늘’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종목에서 빛을 발하기도 한다.
각 종목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스타 2세들을 클로즈업해봤다.
새롭게 짜여진 축구국가대표팀의 최강희 코치는 얼마 전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를 흘렸다. “내가 만약 코치가 안됐으면 지금쯤 호주에서 딸내미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있을 거야. 코치는 물 건너간 줄 알고 국제운전면허증 취득하려고 학원에 다니고 있었거든.”
최 코치의 딸 혜린(16)은 지금 호주에서 골프 유학중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최 코치는 지금도 “혜린이가 그만두고 싶다면 대환영”이라고 말할 만큼 자식까지 고된 운동을 시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골프를 시작한 건 불어난 체중을 감량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테니스도 겸했지만 혜린이는 유독 골프만 좋아했고 집 앞의 인도어 골프장을 들락거리다 필드까지 진출했다. 골프팀이 있는 중학교로 전학하기 위해 이사를 했다가 수업에 빠지는 걸 당연시하는 교육 풍토에 실망을 느끼고 유학을 보내게 됐다고 한다.
“‘운동기계’로 만들고 싶지 않아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내가 경험했기 때문에 더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호주에선 정규 수업을 다 마치고 난 다음 연습을 한다. 그리고 대회도 학기중에는 없고 방학에만 열린다. 자식이 둘이었으면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유학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최 코치는 호주 시드니에 집을 구했고 아내가 딸 뒷바라지를 위해 호주에 머물고 있다. 새 대표팀 코치로 선임되는 바람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있는 최 코치는 당분간 ‘기러기 아빠’로 살아야하는 처지.
▲ 이병훈 SBS 야구해설위원의 두 아들의 꿈은 ‘아빠처럼 유명한 야구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종현 기자 | ||
“골프가 축구보다 더 힘든 운동이다. 그래서 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레슨을 받은 지 1년 만에 전국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점점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고씨는 “딸이 골프할 줄 알았으면 1, 2년이라도 선수 생활을 더 했을 텐데”라며 우스갯소리를 남긴다. 1년에 8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의 경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선 꿈도 꾸지 못할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한편 프로야구 LG 출신으로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이병훈씨는 ‘대물림 2세’를 키우고 있다. 두 아들이 같은 학교에서 야구 선수로 뛰고 있는 것.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들 청하는 팀에서 4번 타자와 에이스로서 빼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에 다니며 자연스럽게 접한 야구 문화가 선수로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음은 당연지사. 학교를 한 살 일찍 들어갔는데도 150cm의 키에 50kg의 체중이 나갈 정도로 또래 선수들에 비해 체격이 좋다.
청하의 꿈은 아버지처럼 유명한 야구선수가 되는 것. 아버지와 관련된 신문 기사를 책받침에 붙여 코팅해서 갖고 다닐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둘째 용하(초등학교 2학년)는 자기의 키만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아버지와 형을 따라잡겠다고 벌써부터 큰소리다.
“야구선수 출신의 아들치고 김경기를 제외하곤 성공한 케이스가 드물다. 가장 큰 이유가 아버지가 자꾸 아들의 야구 스타일에 끼어들기 때문에 응용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지금은 지켜만 보고 있다. 아들의 스승은 내가 아니라 학교 감독님이기 때문이다.”
이병훈씨의 말대로 야구계엔 부자 야구 선수가 많이 있지만 아버지처럼 이름을 빛낸 아들이 거의 없다. 김성근 전 LG 감독의 아들 정준씨는 연세대를 나와 LG에 입단한 후 줄곧 2군에서 머물다 2년 만에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또 윤동균 전 감독, 이광환 LG 감독의 아들도 야구를 했는데 현재 어느 팀에서 활약중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