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 ||
그런데 선수들이 성금을 내는 방법을 보면 재미있는 특징들이 있다. 순수하게 사비로 성금을 내놓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스폰서가 대신 성금을 내주고 이름만 알리는 선수도 있다. 또 최근엔 로또에 당첨된 한 선수가 당첨금을 성금으로 내놓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스포츠스타들이 전하는 성금 뒤에 숨겨진 사연들을 모아봤다.
성남 일화의 신태용은 참사나 수해 등 나라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주저 없이 자신의 통장을 턴다. 작은 정성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 목돈을 내놓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액수를, 어디에다 전달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
“이런 일을 할 때마다 액수를 고민하게 된다. 얼마를 내야 하는지 판단이 안 선다. 요즘은 1억원을 내도 크게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라 ‘깜짝쇼’를 하지 않을 바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액수를 정하려고 한다. 그런데 액수보다 더 힘든 건 성금을 어느 매체를 통해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각 방송국과 신문사마다 성금을 접수하고 있어 선수 입장에서는 한 곳에만 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모든 매체에다 성금을 낼 수도 없어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는 것. 신태용은 이번에는 선수단이 모은 성금 5백만원은 SBS에, 자신의 개인적인 성금 2백만원은 KBS를 통해 접수시켰다고 한다. 그럼 MBC는? “친한 선배가 스포츠국의 간부다. 내 사정을 이해해줄 것 같아 거기까진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 미 LPGA무대서 활약중인 박희정은 지난 여름 수 재 때 1억원의 거액을 의연금으로 내놓아 눈길 을 모았다. | ||
그런데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구설수에 휘말리고 말았다. 프로축구 최고 연봉자가 낸 성금 치고는 너무 액수가 적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김도훈은 이런 시선들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복권 당첨금은 복을 받은 돈 아닌가. 그렇게 소중한 의미를 담은 돈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았을 뿐이다. 1억원이든 10억원이든 내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돈이라면 무슨 뜻이 있겠나. 왜 돈의 액수만을 놓고 평가를 하는지 모르겠다.”
김도훈은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음을 강조했다.
박세리를 포함한 해외파 골퍼들 중에서도 국내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성금을 내는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여름 태풍으로 인해 엄청난 수재민이 생겨나자 ‘코알라’ 박희정(CJ)이 수재의연금으로 1억원을 내놓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비록 CJ와 5억원대의 스폰서 계약을 맺긴 했지만 뚜렷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박희정의 경제 상태로는 엄청나게 큰 액수였기 때문.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소득자’인 박세리나 김미현의 고민이 깊어졌다. 박희정이 덜컥 1억원을 내놓는 바람에 ‘적당한’ 성금 액수를 정하기가 어려웠던 것. 결국 당시 두 사람은 성금 내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 골프담당 기자는 “성금의 액수보다 선수들의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며 “형식적으로 내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금은 사비를 털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미지 관리를 위해 스폰서와 5:5로 나누거나 스폰서가 전담해서 내는 등 요식 행위로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제 이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성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 때문일까. 월드컵 스타로 뜬 한 축구선수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누가 얼마를 내면 난 그 이상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돈 액수가 알려지기 때문이다. 정말 순수한 의도라면 이름을 알리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