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너 기둥 위에서 점프해 상대선수를 향해 날아가는 프로 레슬러. | ||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봤을 법한 의문이다. 이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킥복싱 선수와 태권도 선수가 맞붙고, 유도선수와 레슬링선수가 한자리에서 실력을 겨루는 기상천외한 이벤트(?)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오는 29일과 3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국내에서는 최초로 각종 무술 고수들의 ‘지존’을 가리는 이종(異種)격투기대회가 펼쳐진다. ‘이종격투기’는 이미 일본 미국 등에서는 일반화된 인기 스포츠로 각종 무술 유단자들이 종목을 가리지 않고, 최소한의 룰 안에서 자웅을 겨루는 원초적인 경기다.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스피릿코리아’도 미국과 일본의 이종격투기처럼 최소한의 룰만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할 것임을 예고해 격투기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기는 8각의 링에서 마우스피스와 글러브 등 최소한의 보호장구만을 착용한 채, 5분 2라운드로 진행된다. 체급도 없다. 50kg 몸무게의 선수와 100kg의 거구가 맞붙는 장면도 연출될 수 있다.
경기 룰은 낭심 공격, 눈 찌르기, 치아를 이용한 물기 등 몇 가지 예외사항만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공격이 허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종격투기 경기는 잔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해외에선 링 위에서 사망하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대부분 KO로 승부가 나지만 2라운드 동안 승부를 내지 못하면 연장 라운드에 돌입해 자웅을 가린다.
▲ 킥복싱 선수가 상대에게 발차기 공격을 가하고 있다. | ||
스피릿코리아측은 “예선 토너먼트를 치를 일반선수 부문에 각 종목별 5단 이상 유단자들의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이들 중 최종 4명이 결선리그에 올라 초청선수 4명과 겨루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스피릿코리아측은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초청선수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에 쏠리는 가장 큰 관심은 과연 어떤 종목의 선수가 ‘지존’의 자리에 오르느냐는 것.
이종격투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즉 태권도, 복싱, 킥복싱, 가라데, 쿵푸 등 손과 발을 이용해 타격을 가하는 ‘입식타격계’ 격투기와 꺾기 조르기 등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레슬링 유도 유술 등 ‘유술계’로 나뉜다.
그렇다면 이들 양대 계파가 맞붙으면 어느 쪽이 유리할까. 20년 전부터 이종격투기가 일반화된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입식타격계 선수보다는 유술계 선수들이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1976년 일본에서는 프로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가 전 세계의 이목을 받으며 한 링에서 자웅을 겨룬 적이 있다. 당시 전혀 다른 기술을 구사하던 두 선수는 견제만 하다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끝맺은 바 있다.
이번 국내 최초의 이종격투기 대회에는 이미 태권도 합기도 유도 극진가라데 무에타이 등 국내에 활성화된 대부분의 무도계에서 자기 유파의 자존심을 내걸고 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종격투기 경기가 호기심만 자극할 뿐 예를 강조하는 동양 무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배척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이번 대회의 흥행여부에 따라 국내에서 이종격투기대회가 상설화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