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대표팀의 쿠엘류 감독 | ||
한국 축구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문전 처리 미숙으로 인해 결정적인 슛 찬스를 ‘똥볼’과 ‘뜬볼’로 ‘부도’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쿠엘류 감독은 경기 후 코칭스태프와의 티타임에서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후문. 감독이 구상한 전술을 제대로 시험해보는 건 고사하고 몸 풀기에도 빠듯했던 짧은 훈련기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쿠엘류 감독 입장에선 실점을 하지 않는 게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쿠엘류 감독이 추구하는 4-2-3-1 포백 시스템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은 콜롬비아전에서 실점을 하지 않아 ‘수비는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콜롬비아 공격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를 놓고 봤을 때 평가를 내리기엔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수비진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친 반면 원톱으로 나선 선수들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부분이다. 특히 최용수는 몸놀림이 무거운 데다 슈팅 찬스를 번번이 무위로 돌려놓는 바람에 후반에 김상식과 교체되고 말았다.
원톱은 공간을 확보하고 활동폭을 넓혀 상대 수비수들을 혼란시켜야 하는데도 최용수는 거의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 그후 원톱으로 나선 안정환도 빠른 몸놀림과 적극적인 공격력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듯했지만 역시 골결정력 부족으로 쿠엘류 감독의 진한 아쉬움을 샀다.
▲ 최성국이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환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한일전의 주전자리를 ‘예약’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최용수를 대신할 만한 적임자로 꼽힌 이동국은 상무에서 훈련하던 중 왼쪽 새끼발가락 아랫부분에 금이 가 일찌감치 주전 멤버에선 제외된 상태. 이번 기회를 통해 월드컵의 악몽을 떨쳐내려 했던 이동국으로선 대회를 앞둔 상태에서 부상을 당하는 불운으로 또한번 좌절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콜롬비아전 후 코칭스태프에선 미드필더로 나선 김남일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시종 밋밋한 패스로 공수 연결을 매끄럽게 이어주지 못했던 것. 하지만 쿠엘류 감독은 ‘진공 청소기’라는 별명처럼 약간은 지저분한 수비와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김남일의 스타일에 대해선 흡족해 했다고 한다. 기술적으로 부족해도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면 기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최성국의 재능을 발견한 부분은 이번 콜롬비아전을 통해 쿠엘류 감독이 얻은 가장 큰 수확. 최성국은 쿠엘류 감독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환상적인 플레이로 4월16일 한·일전의 주전 자리를 이미 확보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엘류 감독은 최성국을 콜롬비아전에서 안정환이 섰던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쿠엘류 감독이 대표팀을 소집해 놓고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과연 선수들이 월드컵 때처럼 적극적이고 부지런하게 뛰어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쿠엘류 감독은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의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고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드필드와 공격진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긴 했지만 선수들이 지금처럼 감독을 믿고 능동적으로 따라만 준다면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쿠엘류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점을 나타냈다. 선수단 운영면에서도 히딩크 감독은 코칭스태프부터 팀 닥터, 주무까지 모든 스태프들을 자기 중심적으로 끌고 간 데 비해 쿠엘류 감독은 각자가 맡은 역할에 대해선 터치하지 않는 대신 불만이 있을 경우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따로 조용히 불러 지시사항을 전달했다고.
단, 선수단이 단체로 움직일 때는 복장을 통일시키고 호텔 식당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상태에서 선수단만 이용할 수 있도록 주문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모습은 히딩크 감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