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의 전성기를 일궜던 왕년의 원투펀치 정민태-김수경 듀오가 올해 다시 뭉쳤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대를 우승 전력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 ||
[신구 조화형]
고참급 선수와 신인급 선수들을 짝짓는 것으로 대부분의 프로구단들이 선호하는 조합이다. 신인 선수들은 고참 선수들로부터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고, 고참 선수들도 이 과정에서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가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부터 20대 선수들과 30대 선수들을 짝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민태(33)-김수경(24), 조규제(36)-마일영(22), 김동수(35)-이택근(23) ‘커플’이 대표적이다. 정민태와 김수경은 지난 1999년부터 2년간 룸메이트였다. 당시 김수경은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2000년도에는 나란히 18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정민태의 일본행으로 동거가 끝나자 김수경은 그후 2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2년간의 일본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정민태를 가장 반긴 사람은 다름 아닌 김수경. 김수경은 정민태와의 ‘재결합’을 강력히 희망했다. 두 사람의 ‘합방’으로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도다.
김동수-이택근 커플은 12세 차이가 나는 ‘띠동갑’이다. 이들을 룸메이트로 배정한 것은 1990년 신인왕 출신인 김동수의 노하우를 올해 신인왕 후보인 신인 이택근에게 전수하도록 하겠다는 의미. 두 사람은 모두 포수로 포지션도 같다. 또 다른 띠동갑 룸메이트인 SK 와인번스의 박경완(31)-송은범(19), 기아 타이거즈의 최상덕(32)-김진우(20)도 대표적인 ‘신·구 조화형’ 커플이다.
하지만 신·구 조화형 룸메이트의 경우 좋지 않은 성격의 고참을 만난 신인은 잠자리가 무서울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 모 구단의 P선수는 매일 저녁 음란한 비디오를 보는 바람에 갓 스물을 넘긴, 혈기왕성한 신인 룸메이트가 곤욕(?)을 치르고 결국 다른 방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또 올 초 프로농구 L구단의 신인 J선수도 한방을 쓰던 선배 K선수의 코 고는 소리를 견디다 못해 룸메이트를 바꿨다. 잠을 못자니 플레이가 처질 수밖에 없다는 그의 하소연이 먹혀든 것.
[라이벌 동거형]
코칭스태프가 의도적으로 라이벌 관계에 있는 선수를 한방에 몰아넣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쟁심 유발에 그 목적이 있다.
지난해 월드컵을 앞두고 이름이 같은 축구스타 안정환(27)과 윤정환(30)은 라이벌로 잦은 비교대상이 되곤 했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대표팀 숙소에서도 같은 방을 썼다. 스트라이커와 플레이메이커로 포지션은 달랐지만 주위의 시선에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거의 결과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안정환은 경기흐름을 읽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윤정환은 골 찬스로 연결하는 패싱력이 정교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에선 야구 드림팀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두 거물 타자가 한방을 써 화제를 모았다. 바로 이종범(32)과 이승엽(26). 타자 최고연봉을 두고 미묘한 줄다리기를 벌이기도 했던 두 사람은 ‘합방’ 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 현영민(왼쪽), 이천수 | ||
오랫동안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해가 바뀌어도 변함 없이 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커플들도 적지 않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홍원기(31)-전상열(32)은 1999년부터 4년째 룸메이트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내야수와 외야수로 포지션은 다르지만 과묵한 성격이나 야구에 대한 집념이 닮은꼴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
두산 베어스 김정균 매니저는 “두 사람의 방은 항상 가장 빨리 불이 꺼진다”며 “진짜 부부 못지 않게 안방금실이 그만인 커플”이라고 말했다.
프로축구 이천수(21)와 현영민(23)은 신세대 찰떡궁합 커플로 불린다. 2002년 1월 나란히 울산현대에 입단한 둘은 소속팀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한방을 쓰며 궁합을 과시해왔다. 구단측은 이천수의 적극성과 현영민의 차분함이 서로 반반씩 조화되기를 바라며 합방을 시켰는데, 1년여가 지나는 동안 서로의 장점을 많이 배우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현영민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는 바람에 이천수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