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갖가지 보양식의 실제 효능에 대해선 의학계의 의견이 분분한 상태. 그래도 선수들은 보양식을 입에서 떼지 못한다. 효능이 있건 없건 일단 먹어둬야 안심이 된다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보양식을 먹고 놀라운 체력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 스태미나식으로 인기 순위 1위인 장어는 프로선수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한화 이글스의 홈런타자 송지만은 경기가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가족들을 이끌고 장어구이집을 찾는다.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의 노장 수비수 김태영도 ‘장어 예찬론자’다. 김태영은 서울 서초동에 단골 장어집을 두고 있을 정도로 장어를 즐긴다.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는 체력이 장어에서 비롯됐다는 것. 이밖에 벨기에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설바우두’ 설기현도 장어즙을 국내에서 공수해 복용하고 있다.
장어의 효과는 한방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장어가 성기능 회복, 허약체질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특히 민물장어에는 정력을 증강시키는 뮤신과 콘드로이친 성분이 풍부해 운동 선수들의 체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보양식인 ‘보신탕’도 선수들의 보양식 순위에서 첫 손가락에 꼽힌다. 국내 스타 선수들 중 보신탕을 즐기는 선수들이 적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들이 보신탕 마니아로 유명하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황선홍 전남 코치도 그중 하나다. 보양식으로 보신탕을 즐긴 황선홍은 일본 가시와 레이솔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도 보신탕을 공수해 먹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황선홍의 영향인지 후배 스트라이커 최용수도 보신탕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축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비보다는 공격을 맡는 선수일수록 보신탕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
체력에 좋다면 징그러운 뱀도 마다하지 않는 게 운동선수들이다. 특히 농구계에는 뱀탕 예찬론자들이 적지 않다. ‘농구 9단’ 허재 때문이다. TG 우승을 이끌어낸 허재는 3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코트에서 펄펄 날고 있다. 이에 대해 허재 스스로 ‘뱀탕의 효과’라고 밝힐 정도로 뱀탕을 즐겨 먹는다. 허재의 가족들은 수시로 ‘영험하다’는 뱀을 수소문해 뱀탕을 만들어 댄다. 농구계의 카리스마 허재의 영향으로 후배 신기성(상무) 현주엽(상무) 등도 뱀탕에 맛(?)을 들인 상태.
하지만 뱀탕의 효과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한의학 박사인 오재근 한국체대 교수는 “운동 선수들이 가장 즐겨 찾는 보양식이 뱀탕이지만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고단백이긴하지만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의보감에도 뱀탕이 폐결핵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을 뿐 체력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게 한의학계의 분석.
뱀뿐이 아니다. 네덜란드 진출 후 최근 무릎 수술을 받은 박지성은 개구리 엑스트랙트를 복용한다. 축구 선수로는 다소 왜소한 체구에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박지성을 위해 아버지 박성종씨가 내어놓은 처방이다. 박씨는 겨우내 강원도 산골을 뒤져 직접 잡은 개구리를 푹 고아 팩으로 만든 뒤 1년 내내 박지성에게 먹이고 있다. 하지만 개구리 엑스트랙트의 효능이나 효과 또한 검증된 바가 없다는 게 한의학계의 이야기다.
이밖에도 많은 선수들이 ‘비방’을 소유하고 있다. 라이언킹 이승엽 선수는 여름철에 인삼이 함유된 과일즙을 복용하는데, 이는 열이 많은 체질이라 인삼과 과일을 함께 먹는 게 좋다는 한의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운동 선수들이 이처럼 보양식을 찾는 것은 대개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다. 승부에 대한 집착이 보양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