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씨름선수들 역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내일의 ‘부활’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는 중이다.
구단 숙소에서 합숙을 하고 있는 씨름선수들의 생활은 다른 종목 프로스포츠 선수들과 많이 다르다.
일단 식사량이 엄청나다. 평균 일반인들의 10배 정도는 ‘쉽게’ 먹어치운다. 0.1t이 훨씬 넘는 거구답게 즐기는 음식은 불고기, 통닭 등 기름진 음식이 대부분. 최근 지역장사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쥔 최홍만은 “한자리에서 통닭 세 마리 피자 세 판 정도는 너끈히 먹는다”고 식성을 자랑했다.
술 실력도 만만치 않다. 씨름선수치고 술 못하는 선수들은 거의 없다. 최근 기자는 전현직 선수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소주로 시작해 새벽까지 술자리가 이어졌지만 선수들은 아침 6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무일 없다는 듯 훈련에 참가했다.
물론 거구들이 모여 술자리를 갖다보면 ‘조폭’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상대편에서 시비를 걸어도 가급적이면 먼저 몸조심을 하며 피하고 본다. 씨름선수들의 명예를 위해서다.
▲ 왼쪽부터 이태현, 김경수, 장윤호 | ||
체구에 걸맞은 옷을 구하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최근 신설된 금강급을 제외한 한라(105kg 이하)·백두급 선수들은 거의 100kg이 넘는다. 특히 백두급은 대부분 150kg 내외의 몸무게를 자랑한다. 따라서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몸에 맞는 옷을 좀처럼 구할 수가 없다. 옷이나 신발은 이태원의 수입가게를 이용한다. 또 몇몇 거구들은 팬티 등 속옷도 맞는 게 없어서 일본 스모 선수용 속옷을 구해다 입는다. 미국 현지에서 펼쳐지는 대회에 출전할 경우 선수들이 옷 쇼핑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덩치가 크다고 씨름선수들을 둔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선수들은 한결같이 ‘오해’라고 항변한다. 오히려 선수들의 민첩성이나 순발력이 가장 뛰어난 종목이 씨름이라는 것.
또 선수들의 학구열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태현이 용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것을 비롯해 김경수(LG)가 교육학 석사학위를 땄고, 장정일 장윤호 김종진 선수 등이 석사과정을 이수중이다. 낮에는 모래판에서 밤에는 책과 씨름하는 셈이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