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리와 최경주의 가상 맞대결 결과에 대해선 아니카 소렌스탐의 ‘실패한 도전’이 분명한 힌트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LPGA 투어대회를 참관중인 갤러리. | ||
연일 매스컴은 ‘세기의 성 대결’이라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세계 골프팬들의 눈과 귀를 들뜨게 했지만 ‘여전사’로 나선 소렌스탐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렸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도 남녀 실력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활동중인 한국을 대표하는 두 선수, 최경주와 박세리가 ‘맞장’을 뜬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골프 전문가 및 해설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두 선수의 가상 대결 상황을 예측해본다.
▲ 최경주 | ||
무엇보다 PGA 코스는 LPGA에 비해 500∼1000야드가 더 길며 러프나 벙커 등에서 난이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박세리가 최경주보다 드라이브 비거리에서 평균 30야드 정도 떨어지며 롱아이언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린 적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신체 조건170cm·67kg의 박세리와 172cm·80kg인 최경주의 신체조건은 골프 선수로서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특히 두 선수 모두 단단한 하체를 갖고 있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안정된 자세로 샷을 구사하는 이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재열 SBS해설위원은 “박세리는 단단한 하체에 팔까지 길어 최경주보다는 신체 조건이 낫다”며 근소한 박세리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김 위원은 “최경주 역시 남자 코스에 적합한 체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자 코스는 아주 쉽게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경빈 KBS해설위원 역시 “최경주는 다른 남자 선수와 비교할 때 키가 조금 작은 것이 아쉽다”면서 “LPGA에서는 아니카 소렌스탐과 함께 박세리의 체력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박영민 교수(고려대 체육학)는 둘다 체격에서 같은 급으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골프의 2대 과제라고 할 수 있는 ‘멀리’와 ‘똑바로’를 실천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을 두 선수 모두 비슷하게 갖고 있다는 것.
▲ 박세리 | ||
단순히 그린 적중률로만 따진다면 박세리의 손을 들어줄 수 있겠지만 PGA 코스가 LPGA에 비해 페어웨이가 좁고 러프가 많아 난이도가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비교는 현실적으로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
김재열 해설위원은 같은 거리에서 러프에 들어가면 남자가 훨씬 강하다는 점을 들어 “PGA코스 거리가 길기 때문에 박세리가 남자 코스에 들어온다면 확률이 15% 정도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이언 정확도에서 박세리가 더 좋다는 점을 인정한 임경빈 해설위원도 “박세리가 퍼팅에서는 중위권, 최경주가 30∼40위권이라 하더라도 롱아이언으로 막상 승부를 가리게 된다면 박세리가 불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영민 교수도 “그린 적중률은 세컨샷을 어떤 길이의 채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최경주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력 외적인 조건
전반적으로 박세리가 조금 더 나은 점수를 받았다. 김재열 해설위원은 “두 선수 모두 퍼팅이 부족한 면이 있는데 최경주는 PGA 코스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페어웨이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라면서 시간이 갈수록 성숙해지고 노련한 경기를 펼치는 박세리의 ‘뒷심’에 높은 점수를 줬다.
임경빈 해설위원과 박영민 교수는 정신적인 면에서 박세리가 최경주보다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해설위원은 “우승 경험이 쌓인 박세리가 경기관리와 위기대처 능력에서 오히려 최경주보다 나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