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두목급 건달이 내 동기생이 아닌가. 우연히 사건을 알게 된 나는 그 친구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주로 야구부와 일반학생들 간에 충돌했던 얘기들이다. 요즘은 고등학교에도 전용야구장이 있기 때문에 일반학생이 야구장에 들어올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예전에는 수업시간이 모두 끝난 다음에 야구연습을 했기 때문에 운동 시작 전에 운동장을 정리하는 일이 하루 중에 제일 힘든 시간이었다.
그런데 힘들게 정리한 운동장에 아주 배짱이 좋던가 아주 멍청한 학생이 가끔 들어와서 축구를 했다. 당시에는 수업 다 끝나고 한 놈만 들어와 봐라 하고 벼르고 있을 때였다. 양탄자처럼 곱게 정리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니 순간 야구부원들 눈에는 불꽃이 ‘파바박’ 튈 수밖에. 잠시 후 상황은 안 봐도 뻔하다. 그 학생은 다음날부터 시름시름 앓는다. 그렇다고 야구부한테 항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야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학교가 있다. 그 학교는 역사도 오래됐지만 워낙 유명 선수가 많이 배출된 학교다. 그 중에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스타가 있었다. P씨다. P가 2학년 때의 일이다. 그 학교에는 야구부 못지 않게 역사를 자랑하는 밴드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P가 밴드부실에 들어가서 악기를 만졌나보다. 사실 야구선수와 글러브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밴드부도 악기가 밥줄이다. 그런데 평소 친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만졌는데 3학년 선배가 들어와서 무작정 패더라는 거다.
이에 격분한 P는 당장 교장실로 달려가 밴드부를 해체하든지 나를 자르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악을 썼다. 이건 누가 봐도 P가 잘릴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유명한 밴드부를 P 한 사람 때문에 해체해버렸다. 그 결단은 당시 교장의 기막힌 판단이었다. P가 졸업하면 다시 창단하는 조건이었다. 그 약속은 실제로 지켜졌다. 이 일화는 지금 그 학교를 다니는 야구부도 알고 있다. SBS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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