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프로구단 기록원들은 삼성의 이승엽의 장 점을 ‘유연함’이라고 꼽았다. 반면 몸쪽 높은 볼에 약한 흠이 있다고. 이승엽은 이런 약점을 오픈 타격폼으로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 ||
이는 바로 ‘정보원’(스코어러 또는 기록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치밀한 분석력으로 상대팀 선수의 장·단점을 잡아내는 정보원들. 국내 프로구단 소속 정보원들이 어렵게 밝힌 국내 최고 선수들의 약점과 장점을 전격 공개한다.
과거 일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던 정민철(한화)이 타자들에게 자주 난타당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미세한 투구 동작의 차이를 상대 타자들이 적극 활용한 것이었다.
다른 구단 정보원들이 그의 투구폼을 분석한 결과 가슴을 기준으로 글러브가 약간 위로 올라가면 직구,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변화구를 던진다는 특징이 캐치됐던 것.
그렇다면 국내 최고의 스타 선수들의 경우는 어떨까. 홈런왕 이승엽(삼성)이나 야구 천재 이종범(기아) 같은 특급선수들도 정보원들에게는 마냥 좋은 연구 대상일 뿐이다.
국내 구단 정보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이승엽(삼성)의 장점은 ‘유연성’에 있다. 이승엽의 스윙은 끝이 약간 올라가는 어퍼 스윙에 가까운데 특유의 유연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몸이 굳어 있다면 절대로 이런 스윙으로는 홈런을 때릴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정보원들은 이승엽의 최대 약점을 높은 볼에서 찾고 있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 강한 스타일이지만 몸쪽 높은 볼에는 파울성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이 좋은 예. 이승엽이 그리는 스윙 궤도와 가장 궁합이 안 맞는 코너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승엽은 오픈 타격폼으로 그 약점을 보완해나가고 있다고.
▲ 왼쪽부터 이종범, 정민철, 키퍼 | ||
하지만 국내로 돌아온 이후에는 날카로운 스윙이 아니라 돌아 나오는 느낌을 주고 있어 상대 투수들로부터 집중적인 몸쪽 공 승부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몸에 맞는 볼이 많아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투수들도 이런 정보원들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다. 정민철(한화) 같은 경우는 볼 스피드로 타자를 제압하다 기교파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홈플레이트에서 떠오르는 볼이 지난해부터 통하지 않자 느린 커브와 체인지업 등으로 완급조절을 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
정보원들조차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선수가 있는데, 바로 노장진(삼성)이다. 파워로 압박하는 노장진이 매 경기 1이닝 정도만 볼을 뿌린다면 상대성은 있겠지만 쉽게 공략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정보원들의 솔직한 고백.
한편 정보원들에게 한동안 문제아(?)로 지목된 선수로는 지난해 다승왕 키퍼(기아)가 대표격. 키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구 최고 스피드 135km, 평균 스피드 132∼133km 정도의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구질로 다승왕까지 올랐다. 당황한 사람은 다른 구단 정보원들.
그러나 중지에 힘을 실어 던지는 슬라이더 형식의 직구라는 구질이 정보원들에게 간파되었고 이후 70% 이상이 슬라이더와 직구 패턴이라는 볼 배합도 분석되었다.
또 바깥쪽 승부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면서 까다로워 보였던 볼도 적극 공략이 가능해진 것. 올해 키퍼가 시련의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