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이 왼팔에 찬 염주가 타자들의 시선을 방해한다는 트집이었다. 1회 공격 때 분명히 그냥 보고 넘어갔던 콕스 감독은 서재응의 완투승이 눈앞에 있자 치사하게 딴죽을 걸었다. 결과는 ‘늙은 여우’의 뜻대로 서재응의 강판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다음 대결 때 서재응이 똑같은 염주를 차고 8회까지 1실점을 하는 동안 콕스 감독은 항의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뻔하다. 염주가 타격하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경기중에 감독이 직접 딴죽을 걸든가 선수들의 플레이를 통해 상대팀을 열받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그 중 몇 가지를 보면 큰 점수 차로 이기면서도 열심히(?) 도루하기다. 7, 8회쯤 10 대 1이면 상대팀은 완전히 꼬리를 내린다.
그런데 우는 아이 뺨 때리는 격으로 더욱 기동력을 살려 도루를 해댄다. 그러면 무방비 상태인 상대팀은 속수무책이다. 간혹 라이벌팀끼리 경기할 때 또는 감독들 사이가 안 좋을 때 생기는 현상인데 그럴 경우 다음 타자한테 보복성 투구가 날아가곤 한다.
얼마 전 경기중에 정강이뼈를 크게 다친 상대 투수한테 집중적으로 기습 번트를 시도해서 프로 선수인가를 의심케 하는 사건이 있었다. 한마디로 페어 플레이 정신이 눈꼽만큼도 없는 X들이다. 90년대 초반에도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방망이 절단 사건이다.
당시 L팀은 팀 타율 1위, 타점 1위, 홈런 2위를 기록하며 팀 순위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홈팀인 K팀이 ‘L팀의 방망이가 압축 방망이’라며 심판한테 검사를 요구했다.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자 ‘눈으로 보면 방망이 속이 보이겠냐’며 절단을 요구했다. 문제는 제일 잘 치고 있던 J선수의 배트를 절단한 데 있었다. J의 타구가 너무 강하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강타자의 타구가 강한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
결국 J의 방망이를 두 자루나 절단했고 당연히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억울한 누명을 쓴 J는 가장 아끼던 배트를 두 자루나 잃었고 그 때문인지 그날부터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지고 말았다. L팀이 압축 방망이를 안 쓴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K팀의 고의적인 흔들기에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역시 90년대 초 O팀 L선수는 방위 복무중이었다. 당시에는 방위 복무중에도 홈경기는 물론이고 원정 경기에도 출전을 했었다. 그래서 각 팀 주전들 중에는 ‘방위 선수’가 몇 명씩은 있던 시절이다.
당시 L선수가 원정을 가서 첫 경기, 둘째 경기 때 대활약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S팀 감독이 3차전을 하기 직전에 느닷없이 L선수의 휴가증 좀 보자고 문의를 했다.
‘휴가증 없이 군인이 지방에 와도 괜찮은 거냐’며 헌병대에 알아보겠다고 흥분을 했다. L선수가 1, 2차전에서 너무 잘했기 때문에 S팀 감독이 딴지를 건 사건이었다. 사실 그때부터 방위 선수들은 홈경기와 원정경기 모두를 뛸 수 없게 됐다.
얼마 전에도 덕아웃 소금 사건, 외야 펜스 뒤의 몰래 카메라 사건이 동시에 터졌다. 정말 ‘꼼수’ 쓰는 야구, 비신사적인 야구가 하루 빨리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SBS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