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의 위력적인 구위를 상실하고 끝없는 추락 속에 자 존심까지 멍이 든 박찬호는 자신의 홈페이지(아래사진) 에서 그 같은 심경을 가감없이 드러내 팬들의 안타까움 을 자아내고 있다. | ||
그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라는 사이버공간을 통해 간간이 자신의 속내를 진솔하게 털어낸다. 공식적인 인터뷰와는 달리 스스로 자판을 두드려 그려내는 내용들은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체취를 느끼게 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곁들여 최근 가장 커다란 변화를 겪은 박찬호와 김병현의 사이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봤다.
현재 박찬호와 김병현은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김선우 등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팬들과 만나며 심경을 토로한다. 또 ‘빅초이’ 최희섭은 야구에 집중하기 위해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일한 코리안 메이저리거로 유명하다. ‘맏형’ 박찬호는 7년에 이르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에 걸맞게 홈페이지(www.chanhopark61.com)에 올린 글도 가장 많다. 텍사스로 이적한 지난해부터는 열흘에 한 번 꼴로 새로운 글을 올리기도 했다.
끝없는 추락으로 감독과 언론으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고 있는 박찬호는 가장 최근 올린 글에서 ‘나는…’이라는 제목으로 “남들 앞에서 강해 보일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인정하고 가능한 한 유리하게 바꿔보자고 생각한 뒤에야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마음의 한자락을 내비쳤다.
이런 박찬호의 심리 상태에 대해 이강헌 창원대 교수(한국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심리학실장)는 “주변의 기대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박찬호의 강박관념이 홈페이지의 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며 “내성적인 성격의 박찬호에게 이 같은 주변상황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찬호가 올 시즌을 앞둔 1월19일 올린 글에서 “내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일만을 계획할 것입니다.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그저 나를 만드는 일 말이에요”라고 쓴 대목에서도 그 같은 부담이 엿보인다고.
박찬호의 메시지에는 유난히 날씨와 관련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비가 오는 날이면 박찬호는 어김없이 비를 매개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무려 10여 차례에 이른다.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박찬호가 비를 좋아한다고 언급한 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증명하기 어렵지만 습한 날씨는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며 “비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의는 “하지만 일반인들도 모두 갖고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 보스턴으로 옮긴 후 새로 단장한 ‘홈피’ 첫머리에 오른 김병현의 모습. | ||
지난 5월 김병현은 애리조나에서 브렌리 감독 및 팀 동료들과 의사소통 문제로 인해 잦은 마찰을 빚었다. 이로 인해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의 복귀가 지연되기도 했다.
당시 김병현은 홈페이지에 “발목도 아프지만 어깨가 걱정이 돼서 저는 코칭 스태프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못 던지겠다고 말했습니다.…(중략) 제가 홈런을 몇 개 맞고 못 던지니 그런다라고, 선수들이 저 때문에 화가 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허무하더군요.
정말 억울한 생각, 홈런을 10개 100개를 맞아도 하지 않았던 생각을, 단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쉽게 내뱉은 말 한마디(때문)에,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났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김병현의 글을 본 연세 리 신경정신과 이희상 원장은 “박찬호 김병현 선수 모두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김병현 선수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라며 “외부의 공격에 대해 자기 스스로의 한계선이 노출되면 강하게 반발하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성향은 단 한 줄로 감정을 나타낸 다음 글에서도 잘 드러난다. 같은 시기 현지 언론에 ‘브렌리 감독에게 김병현이 꼬리를 내렸다’는 기사가 나오자 김병현은 다음날 곧바로 “저는 꼬리가 없습니다”라는 한 줄의 글로 강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