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도(위), 2도 | ||
현재 대쉬바둑에는 김일환 9단을 비롯해 김명완 6단, 이희성 5단, 최문용 4단, 황염 3단 등 5명의 프로기사들이 소속되어 있다. 이들이 연승전 참가자와 관전객들을 위해 온라인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
타이틀은 없다. 대국료나 상금도 없다. 그러나 타이틀이나 대국료가 없기에 대국자들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순전히 자존심 대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시간으로 관전이 가능하다. 수많은 아마추어가 보는 앞에서, 말하자면 중인환시리에 두는 바둑이다.
오프라인 대국은 대개 바둑팬들이 직접 관전할 수는 없지만 이번 대쉬의 연승전의 프로기사 시범대국은 관전자들이 직접 대국실에 들어가 구경할 수가 있다. 다른 관전자들과 채팅도 할 수 있다. 프로기사 대국자는 아마추어들이 죽 둘러서서 구경하는 가운데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
현장에서 관전자들로부터 “야, 누가 더 세구나!”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마추어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기분이 좌우될 프로기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목전에서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이 기분 좋을 리는 없다.
아무튼 시범대국은 흥미만점이다. 프로의 바둑을 현장에서 구경하면서 아마추어끼리 논평을 하고, 의견을 주고받고 논쟁도 하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지난번 김명완 6단 대 이희성 5단의 대국에는 무려(?) 3백 명이 넘는 관전자가 대국실 관전석을 메웠다. 연승전 대국의 최다 관중동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1도]
바로 김명완 6단 대 이희성 5단의 시범대국이다. 김6단이 흑이다.
좌상귀 흑1 여기를 끊은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흑은 A의 곳을 끊어 패를 하고 싶다. 초반에 결판을 내고 싶다. 그러나 흑A면 백은 B로 때리고 만패불청, 흑 쫕의 곳을 이어버릴 것이다. 흑의 팻감은 좌하 C뿐인데, 백은 받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흑1로 끊어 덩어리를 키우며 응수를 본 것인데 백이 2로 늘어 최대한으로 버티자,
▲ 3도(위), 4도 | ||
흑1로 다시 응수타진. 백도 지금은 2로 받아야 한다. 좌상에서 흑이 아직 패를 걸지 않았으므로. 백2를 보고는 다시 흑3으로 끊는다. 팻감 키우기다. 그리고 백4로 단수치는 것을 확인하고는, 드디어 흑5로 끊어 패를 결행한 것.
백은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6으로 때리고 만패불청밖에는 없다. 흑7을 받지 않고, 백8로 흑 쫕의 곳을 잇고, 흑9 빵때려 엄청난 바꿔치기. 두 신예기사의 기세가 정면충돌하면서 굉장한 폭음을 내고 있다.
초반 40수도 안된 마당인데 피차의 사상자가 절반을 넘고 있다. 이해득실은? 놀랍게도 쌍방 해볼 만하다는 것. 흑이 차지한 범위가 조금 넓은 반면 백은 선수를 잡아 우하귀 10의 곳, 좋은 자리를 굳혔으므로.
[3도]
중반의 막바지, 종반 입구. 미세한 양상이다. 흑1부터 5까지 선수한 후 7로 좌변을 막았는데, 이게 작았으며, 흑1~5의 수순도 조금 매끄럽지 못했다는 평이다. 백10이 날카롭고도 통렬한 맥점이었다. 흑11로 물러설 수밖에 없어서는 중앙 흑집이 대폭 줄어든 모습.
흑1로는 A에 들여다보아 백B와 교환할 자리. 그랬으면 중앙의 사정은 전혀 달라졌다. 흑1도, 이렇게 그냥 젖히는 것보다는, 백2의 곳에 껴붙여 백이 1로 내려서 차단할 때 흑C, 백D, 흑E, 백F까지로 처리하는 것이 깔끔했다는 것.
[4도]
선수라고 믿고 행사한 우상변 흑1이 최후의 패착이 되었고, 좌하 방면 백4가 기민한 역끝내기로 승착이 되었다.
이후 실전진행은 흑A부터 부호순으로 백H까지 되었는데, 이래서는 흑이 덤을 내기가 어렵게 되었다. 흑1은, 물론 이것도 선수지만, 이에 앞서 H의 곳을 꼬부려 들어가 백의 삶을 강요할 자리였던 것.
대국보는 www.dashn.com의 대국실 기보감상코너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