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그 잘생긴 사람이 어쩌다가 그렇게 됐어. 얼마나 아팠을까.”
맞다. 이 코치는 정말 잘생겼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여러 명의 얼굴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확실하게 A와 B로 나눠졌다. A팀은 잘생긴 선수, B팀은 ‘안 생긴’ 선수다.
먼저 A팀의 주전 선수(은퇴 선수 포함)는 투수진에 이상윤, 김진욱, 박철순, 제춘모, 최원호, 여기에 홍성흔이 부동의 포수다. 야수로는 김용철, 이숭용, 박종훈, 노찬엽 정도가 있다.
B팀은 마운드가 철벽이다. 에이스 방수원(전 해태)을 필두로 박철홍, 강봉수, 김진우, 조진호가 있다. 마무리는 노승욱이 버티고 있다. 포수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당신상이 있다. 실제로 강봉수와 당신상은 LG에서 배터리를 이루며 상대 타자를 못살게 한 적도 있다. 야수는 너무 많아 기억이 없다. 거기에는 필자도 주전이다.
말도 안되는 팀을 구성해 봤지만 실제로 잘생긴 선수가 인기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잘생긴데다 야구도 잘하고 겸손하기까지 하면 야구장 안팎에서 인기 ‘짱’이다.
예전에 해태 투수 이아무개라고 있었다. 그 선수는 줄곧 숙소 생활을 했었는데 내가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임산부가 보면 ‘큰일’나기 때문이다.
같은 팀의 또 다른 투수인 L선수와 이아무개가 어쩌다가 한 방에서 잠을 잔 적이 있었다. 무서운 꿈을 꾼 이아무개가 악몽에 깨어나 옆으로 돌아누웠다가 L의 얼굴을 보고 실제상황으로 착각을 한 나머지 비명을 지르자 잠에서 깬 L도 이아무개를 보고 놀라서 악을 쓰며 방을 나가버렸다고 한다. 이아무개와 L선수는 더운 여름에 보면 더위가 싹 가실 만큼 ‘공포스런’ 얼굴이다.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압구정동 전설이 있다. 90년대 중반 LG의 박철홍, 강봉수, 당신상, 이 세 명의 선수가 하루는 압구정동 번화가를 걷고 있는데 뭔가 주변이 이상하더란다. 자기들 앞에 사람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이들 앞에서 걸어오던 사람들이 전방 20m 앞에서는 전부 차도로 내려가서 걸어오거나 옆 상가 쪽으로 들어가더라고. 한마디로 그 주변의 ‘점령군’이 돼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따로따로 걷다가 목적지에서 다시 모였다는 내용이다.
야구장에서 만난 어린 여학생한테 이런 질문을 해봤다. “넌 잘생긴 선수보러 야구장 오냐, 아니면 그냥 야구보러 오는 거냐?”, 그 여학생 왈, “잘생긴 선수 야구하는 거 보러와요.”
정답이다.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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