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부상 정도가 알려진 3일 저녁 김씨를 만나 박찬호의 복잡한 심경과 그동안 국내 언론에 잘못 알려진 내용들, 그리고 트레이드와 관련된 박찬호의 솔직한 생각 등을 들어보았다.
김만섭씨는 한국에 알려진 것처럼 박찬호의 부상이 선수 생명이 불투명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고 말한다. “만약 국내 투수를 상대로 정밀진단을 할 경우 정상이라고 나올 선수가 몇 명이나 되겠나? 운동을 하다보면 직업병처럼 달고 사는 병이 있다.
찬호도 마찬가지다. 다른 선수와 차이점이라면 누적된 병이 올 시즌에 밖으로 노출된 것이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던 것이 병을 악화시킨 원인인 것 같다.”
즉 김씨는 뼈가 부러졌거나 이상이 있는 게 아니라 근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피로가 누적돼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호도 김씨한테 “늘어난 고무줄이 원상태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을 뿐”이라면서 “그래서 아무리 정밀 사진을 찍어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었는데 이번 정밀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박찬호는 구단에서 존 블레이크 부사장이 자신의 부상과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인정한데 대해선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꾀병 의혹을 받아왔던 터라 정밀 검사에서 근육 이상이 발견된 부분은 앞으로 재활 훈련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박찬호는 DL(부상자명단)에 오른 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재활훈련을 했지만 등판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등판을 강행하다보니 좋은 성적이 나올 리 만무했다.
김씨는 “주위에서 모든 걸 잊고 푹 쉬라고 권유했지만 구단에서 쉬게끔 해주지 않았다. 박찬호도 많은 연봉을 받는 상태에서 아프다고 무조건 쉴 수만도 없는 입장이었다”며 당시 박찬호의 난감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얼마전 박찬호가 한국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3년 동안 몸이 안 아픈 적이 없었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었다. 이때 국내 신문에는 ‘박찬호, 3년 동안 부상 숨기고 던졌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며 박찬호가 처음으로 자신의 부상을 인정했다는 등의 ‘폭탄 기사’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렇다면 박찬호는 왜 자신의 부상을 인정하는 인터뷰를 했을까. 이에 대해 김씨는 당시 현장에 박찬호와 같이 있었다면서 국내 보도 내용에 대한 섭섭함을 전했다.
“하도 주위에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으니까 정리 차원에서 입을 연 것이다. 그런데 찬호가 한 말과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는 의미가 달라진 부분이 많다. 마치 부상을 숨기고 던진 것처럼 보도되는 바람에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이상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박찬호가 부진의 늪에 빠지자 텍사스 언론에선 연일 박찬호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성사되기까지엔 여러 가지 변수와 난제들이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박찬호의 입장은 알려진 게 없었다. 이런 가운데 김씨는 박찬호도 트레이드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LA다저스에서 텍사스로 이적해올 때만해도 트레이드와 관련해 경험이 없는 찬호로선 고액의 연봉에다 초점을 맞췄다. 팀 분위기나 환경 등은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텍사스로 옮기고 보니 LA와는 너무 다른 상황이었다. 일단 동료 선수들은 소수 민족인 동양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가 않았다.
알게 모르게 차별이 많았다. 이런 팀 분위기에서 더욱 찬호를 힘들게 했던 것은 운동 후 여가 시간에 만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집과 운동장만을 오가다보니 자연히 고독해지고 외로움을 타기도 했다. LA에선 지인들이 많아 기분이 좋지 않을 땐 그들을 만나 사우나에도 가고 마사지도 받으면서 또 술도 한잔씩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러나 댈러스에선 그럴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김씨의 말에 의하면 만약 박찬호가 트레이드될 경우 팀을 정하는데 최우선으로 삼는 건 한인들의 거주 여부와 팀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박찬호는 한인들의 엄청난 성원과 사랑을 받고 있는 뉴욕 메츠의 서재응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라고.
김씨는 최근 부쩍 쓸쓸해 하는 박찬호를 위해 아내와 아이들(9세·4세)을 모두 댈러스로 보냈다. 조카들의 재롱을 보며 조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생각에서다.
귀국 전날, 김씨는 처남을 앉혀 놓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찬호야, 이번 겨울엔 선도 보고, 여자도 만나서 꼭 결혼하는 거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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