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월드컵 경기장 | ||
이번 회의는 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서울 구단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는 게 축구인들의 평가다. 하지만 축구협회와 서울시가 분담금 문제에 대한 해석이 달라 한동안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정치인과 축구인 사이에서는 이번 서울 구단 창단 추진 논의가, 정몽준 회장이 정치적 재기를 위해 던진 회심의 승부수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서울 구단 창단을 둘러싼 축구협회의 발빠른 움직임과 이를 지켜보는 서울시의 입장을 정리해 본다.
현재 축구협회와 서울시가 협의하는 사항의 골자는 축구협회가 부담해야 할 서울 월드컵 경기장 건설 분담금 2백50억원 중 1백억원을 서울시가 탕감해주는 것이다. 나머지 1백50억원은 월드컵 잉여금 중 축구협회로 배당되는 몫(2백30억원)의 일부인 1백억원과 신생팀이 축구발전기금으로 내놓는 50억원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사실 축구협회는 이러한 논의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8월 축구협회는 문화관광부에 서울 월드컵 경기장 축구계 분담금 2백50억원 면제를 요구하는 대 정부 건의안을 제출했었다.
축구협회는 ▲10개 개최지 중 유일하게 서울만 축구계 분담금이 존재하며 ▲지자체 자체 예산 충당 비율이 32%로 평균 62%와는 큰 차이가 있고 ▲서울시 재정 자립도(95.6%)와 절대 예산액(11조6천3백20억원·2002년 기준)이 16개 전국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축구계 분담금은 면제돼야 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었다.
▲ 정몽준 축구협회장 | ||
결정 주체인 서울시도 께름칙하기는 마찬가지. 100% 탕감은 있을 수 없다며 1백억원까지 ‘데드라인’을 설정했지만 여전히 내부 반발이 거세다. 특히 칼자루를 쥔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반응은 매우 회의적이다.
최근 한 신문사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시의원 1백2명(한나라 88, 민주 13, 민노 1) 중 38.2%는 서울시가 1백억원을 탕감하는 방안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나고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보였다. 특히 일부 의원은 서울시청이 있으니 프로팀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체육청소년팀의 최석주 팀장은 “축구협회가 왜 이렇게 일을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면서 “월드컵 경기장 건설비 분담금 문제를 프로팀 창단과 연결시키려는 축구협회의 저의가 긍금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최 팀장은 “98년 IMF로 국가 경제가 한창 어려울 때 월드컵 경기장 건설을 위해 각 관계 기관에서 분담금을 맡기로 했다. 축구협회에선 2백50억원의 분담금을 냈어야 하는데 당시 돈이 없다고 해서 재정통제기금(저축기금)에서 돈을 빌려 충당한 것이다. 만약 서울시가 분담금 일부를 해결해야할 경우 결국엔 시민들의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며 분담금 탕감 문제가 서울시 자체 내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또한 최 팀장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입장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시장도 서울시를 연고로 한 프로팀 창단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축구협회가 서울시와 직접적인 협의가 아닌 언론을 통한 여론 형성에 치중하는 것 같아 난감해 하는 것 같다. 이 시장은 팀 창단보다 창단 이후 운영까지를 고려중인데 일부 축구팬들은 시청 홈페이지에다 이 시장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비난을 일삼는다.”
한편 축구 전문가들은 축구협회의 발빠른 행보에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한 가지 전제 조건을 내달았다. 신문선 SBS해설위원은 “축구협회가 중심이 돼 정치적, 전략적으로 접근, 문제를 풀어간다면 자칫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정당이나 정파 개념을 넘어서 순수성을 갖고 서울 시민이 자연 발생적으로 문제 해결에 주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