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4일 모 스포츠신문에 이천수의 스페인행과 관련된 특종 기사가 실리자 인터넷을 통해 이 글을 본 이천수가 서울에 있는 매니저 송대한 팀장((주)스카이콤)에게 기사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달라며 한 말이다.
이렇듯 이천수는 신문에 자신의 입단 소식이 보도된 순간에도 ‘설마’하는 생각이 더 컸고 50%의 의심과 50%의 기대 속에서 남몰래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천수의 측근들을 통해 스페인행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모았다.
▲ 동양인 최초의 프리메라리가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이천수가 지난 15일 스페인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들어서고 있다.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천수는 신 국장으로부터 마리아노씨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받은 뒤 스페인에 진출시킬 한국 선수들을 보러 다니는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순간 긴장하게 된다. 해외진출과 관련해선 워낙 ‘미역국’을 많이 먹어 단련이 되기도 했지만 꿈도 꾸지 못한 스페인 진출이라는 타이틀이 갑자기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도 이천수는 별다른 기대를 갖지 않았다. 이천수만이 아니라 최성국, 정조국 등 올림픽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이 물망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 더욱이 신문에 자신의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구단 관계자로부터 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전혀 듣질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매니저인 송 팀장한테조차 마리아노씨와 만난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천수의 레알 소시에다드 입단 사실이 알려진 뒤 가장 황당해한 사람은 히딩크 감독이 있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으로 이천수를 보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송 팀장이다.
평소 이천수와 친형제 이상의 우애를 나눴던 그는 자신의 소속 선수와 관련된 내용을 그 선수한테서, 그것도 기사가 나온 뒤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받고서야 파악하게 된 터라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특히 울산현대에서 이천수의 해외진출을 진행하며 스카이콤을 완전히 제외시킨 부분도 한편으론 이해가 가면서도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고별전에서 홈팬들과 눈물의 이별파티를 가진 후 송 팀장과 대면한 이천수는 레알 소시에다드와 계약하기 전날인 6일, 자신과 아버지, 구단 관계자, 그리고 국내 한 에이전트가 참석한 가운데 에이전트 계약을 종용받았고 결국 사인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대망의 계약을 하루 앞두고 구단 관계자가 다리를 놓은 새 에이전트와 맺게 된 계약건은 이천수를 혼란에 빠트렸다. 그동안 이중 계약으로 심하게 마음고생을 한 이천수로선 KAM(에이전트)과의 계약 문제가 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에이전트 계약을 맺는 우를 범한 셈이다.
이천수의 이적을 성사시키면서 이적료 3백50만달러에서 30만달러를 챙긴 레알 소시에다드의 대리인 마리아노씨도 이천수와 어떤 형태로든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천수가 단번에 ‘노’를 하는 바람에 그냥 돌아서야 했다는 후문.
이렇듯 이천수라는 선수 한 명을 놓고 서로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주변에서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어린 나이의 선수가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숙제’였다. 결국 이천수는 지난 15일 스페인으로 출국 직전 고열과 복통으로 쓰러지며 몸과 마음 고생을 함께 치러야 했다.
지난 19일 4박5일간의 스페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천수는 25일 스페인으로 다시 출국하기 전까지 엉겹결에 맺은 에이전트 계약을 깨끗이 해결하고 나가겠다는 생각이지만 이미 계약서를 받아낸 에이전트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
한편 마리아노씨의 통역을 맡았던 김옥화씨는 울산측에서 좀 더 노련한 협상 수완을 발휘했더라면 이적료와 연봉을 더 많이 챙길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한다. 김씨가 이천수의 측근한테 직접 전한 내용을 들어보면 레알 소시에다드에선 한국 선수를 영입하는 데 모두 5백만달러의 돈을 예상했다는 것.
마리아노씨가 울산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처음 3백만달러를 제시하자 구단측이 대만족감을 나타냈고 구단의 반응을 읽어낸 마리아노씨가 고작 50만달러 정도의 돈을 얹어주는 걸로 쉽게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울산 오규상 부단장은 “레알 소시에다드는 맨 처음 2백만달러의 돈을 제시했고 협상 끝에 3백50만달러의 돈을 받아낼 수 있었다”며 김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천수는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스페인으로 출국하기 직전 송 팀장으로부터 지침 한 가지를 전달받았다. ‘계약서 외엔 어떤 종이에도 사인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지난 17일 레알 소시에다드와 정식으로 입단 계약을 하기 전 통역을 통해 문항을 꼼꼼히 챙겨 들은 이천수는 자신한테 불리한 사항에 대해서는 수정 요구를 하는 배짱을 보이며 소시에다드 관계자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