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다 우승팀이며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했던 해태 시절부터 지금의 기아까지 비 때문에 취소된 경기가 가장 많은 경기장이 무등경기장이다. 급기야 20일에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야구인으로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야구장 ‘물방개’ 출현 사건이다. 얼마나 물이 자주 또 많이 고였으면 가장 헤엄을 잘치는 수생곤충이며 연못이나 늪에 산다는 물방개가 나타났을까. 한마디로 ‘무등경기장=늪지대’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런 독설까지 나온다.
기아는 입장 수입 말고도 과외 수입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놀이공원에서처럼 물방개를 잡아 경주를 시키는 거다. 1번부터 8번 레인까지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돈을 걸고 방개들이 펼치는 숨막히는 레이스를 보는 거다. 그러면 경기가 취소돼도 그 수입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면 된다.
그리고 올 시즌이 끝난 뒤에도 절대로 운동장 보수 공사를 하면 안된다. 내년에는 미꾸라지도 잡아야 한다. 그래야 더위에 지친 선수들한테 체력 보강에 그만인 추어탕을 끓여줄 수 있다. ‘전천후 야구장’을 보유하게 된 기아가 부럽다.
사실 야구장 시설이 열악하다는 건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LG에서 선수 생활을 할 당시 대전 원정 경기를 갔을 때의 일이다. 대전구장 양쪽 불펜은 관중석과 그물을 사이에 두고 딱 붙어 있다. 가끔 선수가 앉아 있을 때 관중이 몰래 다가와선 선수 머리를 쥐어박고 도망가기도 한다.
그날도 워낙 더운 날씨라 불펜 쪽에 여러 선수가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윤찬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쓰러졌다. 어느 술 취한 관중이 뜨거운 컵라면 국물을 윤찬한테 통째로 부어버린 것이었다. 그 잔인한 관중도 관중이지만 낙후된 경기장 구조로 인해 생긴 엄청난 불상사였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머리가 쑤시는 야구장이 있다. 바로 쌍방울의 홈구장이었던 전주 구장이다. 이곳 덕아웃은 천장이 너무 낮아 경기는 뒷전이고 덕아웃을 피해다니는 게 우선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쿵’ 소리와 ‘으악’하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한번은 후보 선수가 대타로 나가라는 지시를 받고 신나게 뛰어나가다가 그대로 천장에 헤딩하고 기절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인조 잔디가 깔려 있지만 예전 대구 야구장 외야쪽은 잔디가 듬성듬성 있는 데다 땅도 울퉁불퉁해서 마치 소가 와서 풀을 뜯어 먹다 간 자리 같았다. 외야수가 땅볼을 무서워하는 야구장은 대구가 유일했다.
선수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미국 일본 수준은 아니더라도 맘껏 외야 펜스에 부딪칠 수 있고 땅볼을 무서워할 필요 없는 그라운드의 ‘컨디션’을 만들어 달라고.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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