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시절 실제로 있었던 ‘엽기 장난’ 얘기다. 누군가가 박재용의 글러브를 몰래 가져가선 손가락 집어넣는 부분에다 개구리를 넣어뒀다. 그 사실을 모르는 박재용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수비 위치로 뛰어간 다음 글러브를 끼려고 손가락을 집어넣었고 물컹한 이물감이 느껴지자 기겁하며 글러브를 던져버렸다.
그 장면이 TV에 고스란히 잡혔는데 심판과 코치들은 무슨 큰일이 난 줄 알고 박재용한테 달려갔다. 박재용은 사색이 된 얼굴로 “글러브 속에서 누가 날 쳐다봐요”하며 울먹거렸다. 실제로 글러브 안을 들여다보니 개구리가 사람을 쳐다보며 눈을 끔뻑거리고 앉아 있었다. 곧바로 개구리를 꺼내 경기는 속개됐지만 그때 웃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팀이 연승을 할 때는 가끔 심한 장난도 통할 때가 있다. 백인천 감독이 LG 감독 시절 내가 당했던 사건이다. 라커룸에는 개인 사물함이 있는데 항상 자기 유니폼이 걸려 있다. 그날도 나는 자연스럽게 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갔다. 그런데 첫 타석에 서기 위해 걸어나가자 관중석은 술렁거리고 LG 덕아웃은 난리가 났다. 전부들 나를 보고 배꼽을 잡고 웃고 있는 게 아닌가.
‘그라운드 개그맨’으로 통하던 나는 ‘역시 내가 나오니까 즐거워하는구나’하고 착각하며 방망이 가동 준비를 했다. 그런데 주심이 웃으면서 “왜 니 아버지 유니폼을 입고 나왔냐”고 물었다. 아차 싶어 유니폼을 확인해보니 백인천 감독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었다.
누가 내 사물함에 장난으로 백 감독 유니폼을 걸어놨던 거다. 그리고 걸어가는 뒷모습, 체격이나 생김새가 백 감독과 너무 흡사해서 모두들 웃었던 거다. 어차피 이렇게 된 바에야 관중한테는 팬 서비스 차원으로 한 행동처럼 제스처를 취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제일 즐거워했던 사람이 백 감독이다. 본인이 봐도 똑같더란다.
심판들도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다. 1군에 처음으로 올라온 심판의 경우엔 심하게 긴장한다. 선수 때보다 더 긴장할 정도다. 그럴 때 선배 심판들이 긴장을 풀라며 경기 전에 캔 맥주를 주는데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는 후배는 그런 선배들이 눈물나도록 고맙다.
하지만 경기가 치러지면서 그 선배들의 진의를 파악하게 된다. 경기 시작하고 5회가 끝나기 전까진 한 순간도 자리를 뜰 수 없는 심판들 입장에선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무리 ‘볼일’이 급해도 ‘참아야 하느니라’다. 결국 신참을 골탕먹이려고 일부러 맥주를 준 거다.
SBS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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