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이승엽(삼성)과 서승화(LG)에 대해서는 ‘2게임 출장정지와 벌금 3백만원’이 부과됐고 양 팀의 사령탑 김응용 감독(삼성)과 이광한 감독(LG)은 ‘벌금 5백만원’의 징계를 당했다.
매 시즌 수 차례의 상벌위가 열리지만 이번만큼은 국민타자 이승엽이 도마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간 상벌위의 결정을 두고 구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 상벌위원들은 과연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한 것인지 그 과정을 따라가 봤다.
▲ 지난 8월9일 대구구장에서 난투극을 벌인 LG 서 승화와 삼성 이승엽이 2게임 출장정지와 벌금 3 백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대한매일 | ||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상벌위원은 이상국 상벌위원장(KBO 총장)을 비롯해, 이상일(KBO 사무차장), 유홍락(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하일성(KBS 해설위원), 김광철(SBS 해설위원), 구경백(iTV 해설위원), 박영길, 이희수(이상 야구평론가), 최원현(KBO 자문 변호사), 정진구 위원(신의개발 대표이사) 등 모두 10명이다.
이번 상벌위는 국민타자 이승엽이 상정되었다는 이유로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실제로 회의시간은 1시간30분 정도로 예전의 다른 회의와 별 차이는 없었다. 상벌위원들 대부분이 이번 사건의 높은 관심과 심각성을 파악, 경위서와 보고서를 미리 보고 상황파악을 거의 해놓고 있었기 때문.
이상일 차장은 “이승엽이기 때문에 상벌위원들이 부담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승엽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가벼운 징계가 반영된 것은 아니다”는 말로 기존 회의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분위기를 전했다.
상벌위원들 간의 의견도 크게 엇갈리지는 않았다. 유홍락, 구경백, 박영길, 이희수, 최원현, 정진구 위원 등 대부분이 ‘2게임 출장정지’에 한목소리를 내 징계 수위는 큰 이견 없이 결정됐다.
이상국 상벌위원장이 ‘3게임 출장정지’와 ‘녹화 테이프 화면에서 주먹다짐에 적극성을 보이는 일부 선수들도 추가해서 징계하자’는 의견을 내놓았고 ‘벌금만 부과하자’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결국 이승엽과 서승화가 모두 ‘처음’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징계 수위를 높이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상벌위원들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잣대가 바로 해당 선수나 감독이 ‘초범’(?)인가 ‘전과자’(?)인가 하는 문제라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초짜’인 이승엽과 서승화가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 되었다면 반대로 지금까지 11회 징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는 김응용 감독에게는 누적된 전력 때문에 일종의 ‘가중처벌’의 법칙이 적용된 셈이 됐다. 김 감독과 함께 이광환 감독 역시 ‘공동책임’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
이상국 상벌위원장은 “두 감독은 선수들이 흥분하고 그라운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등 선수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충분한 징후가 있었는데도 이것을 애써 모른 척하고 나아가서는 심정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본다”면서 “이틀 동안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지휘체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두 감독에게 내려진 5백만원의 벌금은 프로야구에서는 최고액이지만 이번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21일 잠실에서 벌어진 기아와 LG전에서 두 팀이 빈볼 3개를 주고받은 끝에 급기야 싸움까지 벌인 적이 있었는데, 이때 김성한 감독(기아)과 김성근 감독(LG)에게 그 책임을 물어 같은 액수의 벌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빈볼 시비와 관련해 감독에게 벌금을 물린 것은 이때가 처음으로 이전에는 네 차례 모두 ‘엄중 경고’ 조치에 그쳤었다.
상벌위원 대부분이 이번 결정을 ‘소신껏 잘 내렸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 위원들은 시즌이 열리기 전부터 사실 심한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다. 두산 선수들의 하와이 폭력사건을 비롯해 김진우(기아)의 폭행 연루 사건, SK 아무개 선수의 강간미수 사건, 그리고 임창용(삼성)의 간통피소 등 프로야구의 품위 자체를 손상시킬 수 있는 여러 ‘문제 사건’에 대해 전혀 제재를 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규정이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것.
지금도 상벌위원들은 당시의 상황을 “선수의 품위 손상 같은 문제도 경기장에서 해당되는 것이지 일상생활 등 프라이버시까지 관계한다는 처벌규정이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아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내놓고 있다.
아무튼 그 덕분에 임창용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고’ 선수들은 상벌위원회의 ‘벌’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후 상벌위는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만들었는데 그 첫 대상이 김재현(LG)이었다. 지난 6월18일 김재현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상벌위로부터 ‘벌금 3백만원과 5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한편 하일성 위원은 “이름은 상벌위인데, 매번 벌만 줘서 되겠느냐”면서 “지난해부터 상벌위가 페어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는 ‘모범상’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는 좋은 일로 회의가 소집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지난해 모범상은 김한수(삼성)가 받았는데 상금은 벌금 최고액과 같은 5백만원이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