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측 기자가 본지 기자에 건넨 쪽지 편지. | ||
그리고 우리나라 돈을 선물해선 안되며 설령 선물했다고 해도 북으로 돌아갈 때는 철저한 검색을 통해 모두 압수가 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고.
응원단원들이 버스 안에 주로 찾는 물은 생수이고 가끔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단원들도 있는데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곤 맛이 없다며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좋아하는 스낵류는 과자와 초콜릿. 가끔 안전요원들이 조용히 방 앞에다 과자와 초콜릿을 갖다 놓곤 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
숙소인 대구은행 연수원 주변의 수많은 모텔들에 대해선 처음에 이상야릇한 호기심을 나타냈다가 하루 이틀 지나자 이미 설명을 들었는지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다고.
한편 북한 응원단을 취재하며 만난 북측 기자들 중 자신을 ‘북측 체육출판사에 근무하는 전명남’이라고 밝힌 한 인사는 사전에 명함과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았던 기자에게 24일 대구시민운동장 경기가 끝난 후 쪽지를 건네주려다가 안전요원들로부터 제지당하기도 했다.
‘일요신문 스포츠 담당 리영미 기자!’로 시작된 쪽지에는 “남녘동포들의 뜨거운 응원에 박수를 보내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끼리’의 힘이고 민족공조이며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오늘은 비록 단일기(한반도기)가 대구시민운동장의 철책선을 넘었지만 ‘우리 민족끼리’의 힘으로 삼천리 강토 위에 통일기가 세차게 나부낄 영광의 그날이 멀지 않았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는 추신으로 ‘조금도 보태거나 덜거나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본 그대로 보도해 주기 바랍니다’라는 글도 덧붙였다.
그동안 북측 기자들에 대한 취재가 엄격히 통제되고 북측 기자들도 남측 기자들과의 접촉을 꺼렸던 상황에서 전해진 전씨의 쪽지는 수령인인 기자는 물론 안전요원들마저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안전요원들의 세밀한 검토 후에 어렵게 쪽지를 받아들 수 있었지만 체육기자 경력 8년차라는 전씨가 쪽지를 건넬 당시의 표정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