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의 어린이바둑대회가 대개 하루 이틀에 끝나던 것과는 달리 에듀밸리배 대회는 7월28일부터 8월24일까지 무려 한 달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면서 예선전은 온라인, 4강과 결승은 에듀밸리 본사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 어린이 바둑대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장소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온라인의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는 것. 아마추어 바둑대회는 참가자 수가 최하 3백 명 선이거니와 그 중에서도 어린이 대회는 출전 선수 외에 학부모와 교사가 동행하고 있어 줄잡아 1천 명 내외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여서, 서울의 경우 대방동 보라매공원말고는 이렇다할 장소가 없었다.
또한 1천 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인 까닭에 대회 자체도 주말의 하루 이틀을 이용해 한 사람 당 평균 3∼4국을 두고 끝내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이번 에듀밸리배 대회는 충분한 일정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예선전을 진행, 출전 어린이 학부모 교사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제1회 대회 참가자 수는 6백 명. 예선전 대국수만도 5천5백 국이며 2만여 명이 관전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오프라인 대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다.
이번 대회는 최강(아마 3단 이상)·상급·중급·초급·입문(14급 이하) 등 5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천하천지’라는 아이디로 출전한 경기도 일산의 대화초등학교 6년 고용훈군이 영예의 최강부 우승을 차지했다.
고군은 예선 통과 후 4강전에서 ‘슈우사꾸’에게 패해 일단 탈락했다가 슈우사꾸가 개인 사정으로 결승 진출권을 포기하는 바람에 부활한 행운의 주인공. 그 행운이 우승까지 이어진 셈이다. 단체전 우승은 경기도 안성의 세계바둑교실(원장 오승환).
‘에듀밸리(edu-valley)’는 ‘MC스퀘어(두뇌상태 조성을 위한 학습시스템)’로 일반에 알려진 대양ENC의 초등학생용 학습사이트의 이름. 대회가 기대 이상으로 성황을 이루었던 것에 대해 에듀밸리측은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후원사로서 이 이상의 보람이 없다. 바둑과 만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청소년들의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니, 우리와 바둑만큼 좋은 궁합이 어디 있겠는가. 바둑대회에 착안한 것이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학습 능력 향상에는 차분히 안정된 정신 상태와 집중력, 이것이 제일의 요건인데, 바둑이 딱 그렇지 아니한가.”
대회 산파역의 한 사람이었던 대양ENC 조의규 전무(48)의 말이다.
“이번 대회 성공을 발판으로 앞으로는, 매년 여름방학에는 어린이 바둑대회, 겨울방학에는 중고생 바둑대회를 개최할 생각이다. 당장 올 겨울방학부터 실행할 것이다. 또한 같은 시기에 중국에서도 중국 중고생을 위한 바둑대회를 열고, 양국 입상자들끼리의 교류전도 마련하겠다”고 조 전무는 덧붙였다.
한·중 청소년의 온라인 바둑대결이 기다려진다.
▲ 1도 | ||
백 4단 윤 영 빈 VS 흑 3단 천하천지
< 제한시간 각 30분·덤 없음, 2003년 8월 21일>
( 29… 5, 32… 24, 80… 59, 111… 104, 126 132
138 146 152 … 120,
129 135 141 149 … 123, 137 … 108, )
153 수 다음 줄임, 흑 3집승.
[1도]
좌중앙 전투가 승부처. 일견 백이 곤란한 것 같았으나 120 끼우고, 122 껴붙인 것이 멋진 맥점으로 패를 만들어서는 성공이다.
흑125로 좌하 흑을 일단 연결한 것은 부득이하다. 패를 피해 120의 곳에 이으면 백은 145의 곳에 호구쳐 A로 수를 줄여가는 것(그러면 흑은 3수가 되는데, 흑은 백145로 호구친 백을 3수 이하로 줄이는 방법이 없다)과 142로 내려가는 수를 맞보기로 한다.
흑(기호2)들과 백(기호1)들이 얽힌 가운데 흑(기호3)의 곳 패를 다투는 모습인데, 패싸움의 와중에서 백1(실전 142)로 팻감을 쓴 것이 패착이 되었다. 백1로는 A의 팻감을 쓰는 것이 좋았다. 흑의 공배를 메워가는 수 자체가 팻감이었던 것.
[3도]
흑1·3으로 끊고 빠진 것이 기민하고 날카롭게, 순간의 빈틈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이하 9까지 흑(기호2)와 (기호3)는 잃었지만, 대신 백(기호1)를 잡고 11로 상변을 깔끔하게 막아서는 흑 우세다. 수순 중 흑7은 (기호2)의 곳 패때림, 백10은 4의 곳 때림)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