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강으로 꼽히는 모 구단의 주축인 L투수. 이 구단 선수들은 드러내놓고 그를 왕따시킨다. 선수들에 따르면 팀워크가 중요한 프로야구에서 L의 모난 성격과 개인주의적인 행동이 왕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L은 경기가 끝나면 으레 경기장 밖에 주차시켜둔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부리나케 사라진다. 미모의 아가씨가 스포츠카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거기에 아가씨도 수시로 바뀐다. 자연히 팀 선후배들과 교류도 없게 되고 평판도 곤두박질쳤다. 이러다 보니 동료 선수들의 외면과 미움을 받아 왕따가 됐다는 것. L이 등판할 경우 야수들은 ‘은근히’ 불성실한 플레이를 한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스타트를 조금 늦게 해 공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결국 L은 삼진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신세’다.
또 다른 구단의 중심타자인 P도 유명한 왕따 선수다. 신인 시절부터 뛰어난 실력으로 주목을 받던 그였지만 실력을 믿고 ‘건방을 떨었던’ 게 왕따의 원인이 됐다. 게다가 자기밖에 모르는 성격에, 걸핏하면 상대와 치고 받아 어느 누구도 그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려 했다. 선수들은 공식적인 회식 자리 이외에는 그와 소주 한 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고참 대열에 합류한 P선수는 왕따의 오명을 씻기 위해 신인급 선수들에게 방망이를 나눠주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로축구 모 구단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L은 경기장에서 교묘한 반칙을 일삼기로 유명하다. 문제는 반칙이 정도를 넘어선다는 것. L한테 당한(?) 선수들이 부지기수. 결국 그는 ‘동업자 의식’이 없는 선수로 낙인이 찍혀 외톨이가 됐다. 한때 국가대표로까지 활약했던 그는 결국 부상 등으로 장기간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스포츠 무대에 외국인 선수들이 다수 진출하면서 이들 가운데 문화적인 차이 등으로 ‘왕따’로 전락한 경우도 적지 않다. 언어소통이 불편한 외국인 선수의 경우 동료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게 되면 국내 선수보다도 훨씬 더 경기력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에서 뛰었던 투수 콜은 구단 직원과 싸움을 하는 등 선수들 눈밖에 나 한때 “콜과 말하면 벌금을 물린다”며 선수들끼리 콜을 왕따시키기도 했다. 현재 삼성라이온즈에서 뛰고 있는 재일교포 내야수 고지행 역시 ‘왕따의 추억’이 있다. 풍운의 꿈을 안고 한화이글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한국어를 익히기를 싫어하는 데다 문화적인 차이까지 겹쳐 동료들에게 외면을 당했던 것. 결국 그는 한화에서 별다른 활약은커녕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다 지난 4월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삼성으로 옮긴 고지행은 한화에서의 경험(?)을 발판으로 왕따를 벗어난 것은 물론, 주전 2루수로 발돋움했다.
일본으로 귀화 논란을 불러일으킨 농구선수 하은주도 어렸을 때 왕따 취급을 받았다. 큰 키 때문에 동료 농구선수들조차 ‘거인’이라 놀렸던 것. 하은주가 귀화논란을 빚으며 일본 현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중 하나가 어렸을 때 입은 큰 상처 때문이라고 한다. 은근한 따돌림을 뜻하는 ‘은따’도 스포츠계에 적지 않다. 프로야구 모 구단 N선수의 별명은 ‘골통’이다. 군기가 바짝 들어야 할 신인 시절 숙소를 무단 이탈하는 돌출행동을 벌이기 시작하더니 매년 무단잠적 등 물의를 일으키곤 했다. 선후배 불문하고 동료 선수들은 이처럼 좌충우돌하는 골칫덩어리 N을 은근히 피해 다닌다고 한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