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대결은 ‘골프쇼’인가, 여성의 새로운 ‘도전’인 가. 박세리의 SBS프로골프최강전 참가 여부를 놓고 골프계 안팎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
박세리의 대회 참가 여부가 논란을 빚자 이젠 골프계 안팎에서 ‘성대결’ 자체에 대한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연 성대결은 ‘골프쇼’인가, 여성의 새로운 ‘도전’인가. 골프 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 9월22일 박세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0월23일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에서 벌어지는 2003 SBS프로골프 최강전(총상금 3억원)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발표가 있자마자 박세리의 메인 스폰서인 CJ는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참가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SBS와 CJ가 박세리의 대회 참가 여부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박세리가 참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향후 소속사와의 관계가 상당히 껄끄러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과연 남녀 성대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 김재열 SBS골프해설위원은 “이제 성대결은 골프에서만큼은 세계적인 추세”라는 말로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남녀간 실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박세리가 한 수 배워보겠다고 도전한 만큼 국내 골프의 발전을 위해서도 상당히 바람직하다는 것. 덧붙여 그는 “소렌스탐과 미셸 위가 성대결을 펼쳤을 때 그것을 ‘쇼’로 본 사람도 있느냐”는 말로 “박세리의 성대결도 굉장한 반응을 모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세리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주)세마의 이성환 이사는 “국내에서는 벌써 (골프계)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조금만 넓은 시각에서 보면 이번 대회는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이유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쇼 비즈니스’ 측면이 강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축구, 야구, 농구와 같은 프로스포츠에서 스폰서 없이 치르는 대회가 과연 있느냐”고 반문했다. 더군다나 골프는 국내 시장이 수익을 못 내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른 종목과 비교한다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
또한 이 이사는 “최근까지 국내 투어대회가 여자는 10개, 남자는 6개나 없어졌다. 박(세리) 프로 자신이 말했듯이 이번 대회는 많은 골프 환경 중에서 또 다른 형태에 도전하는 것이다. 논란이 큰 만큼 비즈니스 개념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발 더 나갈 수 있는 기회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며 성대결로 국내 골프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참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세리의 메인스폰서 CJ측은 “당장 흥행을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박세리가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면서 “지난 5월 (박세리) 부친과도 참가하지 않는 걸로 이야기가 다 되었는데 지금 와서 이러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당혹해하는 눈치.
CJ측의 반대 이유는 한마디로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LPGA 2인자인 박세리가 상금랭킹 1위에 오르면 향후 1~2년 안에 PGA에서 초대장이 날아올 것이라는 게 CJ측의 생각. 그때 성대결에 도전하면 개인, 소속사, 국가 모두 가장 이상적인 카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선수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CJ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이벤트도 아닌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박세리는) 최연소 명예의 전당 입성에 2점을 남겨놓고 있다. 넘버원이 되고 나서 성대결을 벌여도 충분하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여자와 성대결을 벌이는 남자 선수들은 어떤 입장일까. 올해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허석호(30·이동수패션)는 “박세리 선수가 ‘쇼’를 하러 나오는 건 아니지 않느냐. ‘도전’하러 나오는 것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평했다. 덧붙여 허석호는 “(박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 크게 어려워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남녀의 장단점이 있다 보니 불리하겠지만 재미있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박세리와 같은 조에 잠정 편성된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상금왕 강욱순(37·삼성전자)은 “선수는 단지 시합에만 충실할 뿐”이라는 말로 찬반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다. 강욱순은 “다른 종목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 골프에서는 벌어지고 있다”면서 “중요한 건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말로 성대결에 대한 의견을 대신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