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골프를 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지만 오자마자 부상으로 ‘환자’가 되는 바람에 감히 엄두를 낼 수도 없었죠.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골프로 조금이나마 달래볼 생각은 있습니다.
어젠 죽마고우라고 할 수 있는 친구 K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어요. 지난번 페예노르트 경기에서 제가 부진해 보였다며 걱정을 담아 보냈더라고요. 정말 제 플레이가 그렇게 형편없어 보였나요? 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경기 내용도 좋았고 제 자신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한국팬들한테는 그렇게 비치질 않았나봐요.
풀타임 주전으로 뛰고 안 뛰고는 저한테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단 10분을 뛰더라도 얼마만큼 좋은 내용의 플레이를 펼치느냐가 훨씬 더 큰 의미를 담고 있거든요. 곧 좋아질 거예요.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 주신다면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꼭 보답할게요.
참, 친구 K는 L과 함께 죽마고우라고 할 수 있는 단짝이에요. 두 사람 다 고등학교에서 저랑 같이 축구를 했던 친구들인데 지금은 샐러리맨이 되어 사회에 봉사(?)하고 있죠. 그 중 K는 정말 재미있는 친구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K와 5분만 대화를 나누면 안 친해질 수 없을 만큼 유머와 재치가 돋보입니다. K와 같이 있으면 우울하고 힘든 일도 모두 잊어버리게 돼요. 그래서 귀국할 때마다 만나달라고(?) 제가 먼저 조르죠. 오랜만에 만나도 시간의 흐름을 못 느낄 만큼 허물없는 친구들, 인간 박지성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갑자기 무지 보고싶어지네.
최근 (고)종수형이 제가 있었던 교토 퍼플상가에서 퇴출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선 정말 기분이 꿀꿀했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천재’로, 최고의 인기 스타로 군림했었는데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일본 생활을 접어야 했던 상황들이 너무 안타까웠던 거예요. 전 지금도 종수형이 실력이 없어서 일본을 떠나온 것은 아니라고 봐요. 분명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겁니다.
사실 소식을 듣고 종수형한테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하지 못했어요. 하루빨리 마음 추스르고 예전의 축구 잘하고 씩씩한 종수형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제 간절한 마음을 지면을 통해서 꼭 전하고 싶어요. 형! 힘내세요!!
9월25일 에인트호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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