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이정민, 기아 김진우(왼쪽부터) | ||
이승엽한테 55호와 56호 홈런을 내준 기아 김진우와 롯데 이정민의 이구동성이다. 매스컴의 집중 관심의 대상이 된 경기에서 이승엽을 상대로 정면 승부를 벌인 두 선수들은 당시의 상황에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피해갈 생각은 절대 안했다. 사나이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 아닌가. 감독님도 내 의견을 존중해 줬다. 홈런을 맞긴 했지만 그때 직구 던진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플레이오프 준비로 바쁘다는 김진우는 55호 홈런보다 56호를 앞두고 또다시 맞붙었던 광주의 마지막 경기를 떠올렸다. 항간에서는 56호 홈런을 위해 김성한 감독이 일부러 좋은 공을 던지라고 지시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김진우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 만약 감독의 주문이 있었다고 해도 자신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56호 홈런의 또 다른 ‘주인공’ 이정민은 경기 전부터 기자들이 “56호 홈런을 맞고 나선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받고 무척 황당했다고 한다.
“홈런을 기정사실화한 질문이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떤 기자는 내가 홈런을 만들어 줄 것처럼 물었는데 이승엽의 홈런 이전에 내 기록도 중요했다. 올 시즌 선발로 처음 서는 무대에서 어느 누가 희생양이 되고 싶어 하겠는가.”
이정민은 경기 전날 아침 김용철 감독 대행과 우연히 같은 자리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김 감독이 지나가는 말로 “너 한번 해 볼래?”하고 물었고 이정민이 “자신 있다”고 대답한 것이 선발투수로 나서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이승엽이 때린 공이 낮게 뻗어서 펜스 맞고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게 넘어가더라. 내 인생의 가장 잊지 못할 경기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