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15일 올스타전 때 허정무 감독과 홍명보 등이 서울FC 창단 기원 사인행사를 하고 있다. | ||
<일요신문>이 추진위의 리스트에 올라 있는 기업들과 개별 접촉한 결과 이들 기업들이 서울 연고 프로팀 창단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축구계의 바람과는 달리 기존 팀의 서울 연고 이전 등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축구열기를 등에 업고 축구계는 최근 서울 연고팀 창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과 서울시로 구성된 ‘서울 연고 프로팀 창단추진위원회’(위원장 정두언 서울시 정무부시장)는 발족 이후 축구팀 운영에 관심을 보인 대기업을 중심으로 창단 제안서를 보내는 등 나름대로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구단 창단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2백50억원의 월드컵 경기장 건설비 분담금 납부 부담을 50억원대로 줄이는 등 외형적인 여건을 조성, ‘서울 연고 2개 프로팀 창단’이라는 축구계의 숙원이 가시화되는 듯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금호그룹은 지난 10월2일 임원진이 축구협회를 방문, 팀 창단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창단작업에 필요한 절차를 문의했다. 이에 축구협회측은 금호그룹의 프로축구팀 창단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애드벌룬을 띄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금호그룹은 10월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운영 노하우, 비용 등 대내외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프로축구팀 창단을 하는 데 미흡하고,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있어 창단작업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금호그룹이 밝힌 부정적인 여론이란 그룹의 연고지역이라 할 수 있는 광주지역 축구팬들의 반발과 호남지역의 부정적 정서를 의미한다.
금호그룹의 불참의사와 함께 유력한 후보로 손꼽혔던 국민은행도 최근 추진위에 프로축구단 창단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그동안 추진위가 제안서를 보낸 기업은 모두 6곳. 이미 두 기업의 불참의사로 KT, 한화, 우리은행, 신한은행만이 남은 셈이 됐다. 하지만 이들 해당 기업측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추진위가 1순위로 꼽고 있는 KT의 입장은 단호하다. KT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월 농구단 창단을 추진하다 무산됐는데, 그보다 몇 배 규모가 큰 축구단 인수가 가능한 일이냐”며 “최근 직원 5천5백 명을 명퇴시킨 게 현재 KT의 경영상황이다. 거액이 드는 축구단을 창단한다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추진위가 창단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또 다른 대기업 한화는 이미 공식라인을 통해 불참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 홍보실 관계자는 “10월 초 우리 회사가 언론에 거론돼서 입장이 난처해졌다”며 “회의를 거쳐 대표이사 명의로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불참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축구단이 없는 재벌그룹이다보니 자꾸 참여를 요구하는 것 같은데 한화는 창단에 뜻이 없는 것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메이저 금융기관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축구단 창단은 금시초문”이라며 “금융계의 상황이 거액을 투자해 프로축구팀을 운영할 처지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신한은행측도 “축구단 창단은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서 몇 번 거론한 수준”이라며 “경영진 차원에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인구 1천2백만 명의 서울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단은 적지 않은 메리트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참여를 주저하는 것은 실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상황에서 창단 비용에만 1백억원, 1년 유지비에 최소 5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할 때 ‘주판을 튀겨보면’ 도저히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각 기업들이 인원을 감축하고 경상비를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 나선 상황에서 직접적인 수입이 거의 생기지 않는 프로축구단 운영에 쉽게 뛰어들 수 없다는 것. 또한 기업들은 축구단 운영으로 인한 광고 및 이미지 상승 효과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불참의사에 추진위는 일단 시간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추진위 실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체육청소년과 관계자는 “아직은 모든 게 불투명하다”며 “10월 말까지는 각 기업들을 돌며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일 뿐”이라는 원론적인 설명만 되풀이했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