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나인브릿지 골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한 미셸 위(위성미) 선수.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 초청 선수로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미셸 위(14·한국명 위성미)는 지난 26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 도중 나인브릿지클래식 조편성에 관심을 나타내며 대선배 박세리와 한 조가 되길 소원했다. 특히 박세리가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고 명언을 남긴 최초의 성(性) 대결 SBS골프최강전에서 톱10에 올랐다는 소식은 미셸 위의 신경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된 듯 했다.
열네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성숙한 외모에다 어떤 질문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는 미셸 위와의 만남은 취재대상이나 취재하는 기자나 어떤 기대와 설레임이 자리하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말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천재 소녀 골퍼’의 고국 나들이는 그 출발부터가 화기애애했다.
한국말이 어설프다는 사실 때문인지 미셸 위의 답변은 시종 단답형이었다. 아무리 긴 질문을 던져도 애교 있는 미소와 함께 짧고 간략한 멘트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속마음을 숨기거나 인터뷰용 발언을 하지 않는 천진난만함은 이미 부쩍 커버린 미셸 위가 분명 소녀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한국말이 좀 서툴러요. 긴장하면 말이 더 꼬이는데 지금 좀 그래요.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요. 쇼핑이나 액세서리 구입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날지 모르겠어요.”
‘천재 소녀’의 귀국 소감은 골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천편일률적인 대답이 아니었다. 미셸 위는 쇼핑과 맛난 음식을 먹을 것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학기 중의 고국 방문이라 수업에 빠지는 대신 과제물을 잔뜩 받아가지고 왔는데 하와이의 집에서 70% 정도를 소화한 뒤 나머지는 한국에서 하려고 숙제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외국어는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고 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처음엔 중국어를 배웠다가 너무 어려워 포기한 후 일본 투어를 위해 일본어를 선택했다는 솔직함을 나타냈다.
미셸 위는 ‘골프 천재’라는 타이틀에 대해 조금은 부담스러운 듯했다. ‘천재’라고 하면 그 분야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인데 자신은 아직까지 골프를 제일 잘 치는 것 같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 3월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3백 야드가 넘는 폭발적인 드라이버샷을 구사하고 역대 메이저대회사상 아마추어 최저타(66타) 기록을 세우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공동 9위에 올랐던 미셸 위는 당시 학교로 돌아가서 친구들로부터 어떤 환영을 받았는지에 대해 묻자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친구들이 잘 모르던데요. 학교 친구들 중에서 골프 치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제가 어떤 대회를 나갔는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냈는지 전혀 모르더라고요. 섭섭했냐고요? 전혀요. 전 학교에서만큼은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평범한 학생이고 싶거든요.”
미셸 위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스포츠 중에서 하필이면 왜 골프를 선택했을까.
“골프는 안 뛰어도 되잖아요. 물론 많이 걷기는 하지만 뛰면서 코스를 옮겨다니지 않아서 좋았어요. 4, 5세 때는 축구를 했었고 골프하기 전에는 테니스 선수로도 활동했는데 테니스는 어딜 가나 코트가 똑같아서 재미없었어요. 골프의 매력이라면 골프장마다 코스가 다르다는 점이죠.”
자신의 옷을 디자인할 수 있는 패션디자이너가 꿈이고 노래방에서 멋진 노래 솜씨를 뽐낼 수 있게끔 노래 잘하는 게 소원이라는 ‘소녀 골퍼’의 이상형은 한때 연기자 소지섭이었다고 한다. 만약 소지섭이 동반 라운딩 제의를 해온다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할 만큼 소지섭에 대한 관심이 무척 컸다.
이성친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교에 멋있는 남자가 별로 없다”고 못박는다. 키(182cm)가 워낙 크다 보니 자신의 키를 ‘커버’할 만한 남자를 찾지 못한 것도 이성친구가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가벼운 메이크업을 한 얼굴이 골퍼로서의 목표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가자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변한다.
“전 나이가 어려요. 그래서 많은 기회와 경험과 목표를 가질 수 있죠. 지금은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지만 그 목표가 달성되면 그 이상의 ‘뭔가’로 수정될 겁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앞으로도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생활하고 싶어요. 이상하게도 전 저에 대한 관심이 많으면 많을수록 골프가 더 잘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