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대 말 윤상림과 인연을 맺었던 서재필씨의 일기와 편지들. 서씨는 그때부터 윤씨의 ‘마당발 로비’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 ||
이곳에서 그의 별명은 ‘윤사또’였다. 워낙 마당발에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주변 상인들이 지어준 이름이었다. 당시 청계세운상가에서 원로가수 최희준씨와 함께 나이트클럽을 운영했던 H씨도 그가 사업가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현재 당시 윤씨를 도왔던 A씨는 윤씨의 카지노 돈세탁을 도와주었다는 혐의를 받고 검찰의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앞서 언급한 서씨도 윤씨에게 체육관을 빼앗기는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현재 서씨는 서울시 은평구에서 목사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사업가로 키웠던 윤씨로부터 배신을 당한 이후 옥살이를 해야 했고 연탄가스 중독으로 두 자녀를 잃는 고통도 감수해야 했다.
목회자로 거듭난 서씨는 1980년대 중반 윤씨로부터 배신을 당해 옥살이를 했던 당시의 상황을 일기와 편지글로 기록해 놓고 있다. 물론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있는 글이지만 그가 당시 적어놓은 윤씨에 대한 기록은 현재의 윤상림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록을 통해 30대 초반에 불과했던 윤씨가 당시에도 검찰, 경찰 등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웠으며 이익이 있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서씨는 취재 기자에게 기록을 보여주며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 것과 같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일요신문>은 서 목사가 1985~86년에 걸쳐 작성한 일기와 윤씨와 주고받은 편지의 일부를 입수했다.
서 목사가 내놓은 1980년대 윤씨의 행적에 대한 기록은 현재 검찰의 수사에서 드러난 윤씨의 범죄사실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서 목사와 윤씨가 서로 갈등을 빚고 있었던 1985-86년 당시 서 목사가 기록한 자료와 편지에는 윤씨가 “형님 두고 보세요. 저를 도와주고 있는 분들(경찰, 검찰 등)이 이번에 쓰레기 같은 OO이놈을 감호까지 보내게 될 것이고 OO이를 도와준 송 형사, 시경 반 형사, 이 형사, 홍 형사, 중부경찰서 한 형사까지도 옷을 벗겨버리겠다”고 계속 열변을 토한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평소 친분이 있는 고위직인사들의 이름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그의 수법이 이미 20여 년 전에도 같았다는 것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다음은 서 목사가 윤씨와 결별한 후 억울한 심정을 기록한 일기 등의 주요 부분들을 발췌한 것이다.
▲ 윤상림씨. | ||
“윤상림 부인과 병원에서 (통화한) ‘아저씨, 우리 아빠를 김OO씨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는 말아 주세요. 아저씨 체육관을 사게 된 것(서씨는 체육관을 윤씨에게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은 저 역시 걱정이 되어 아빠에게 나중에 말썽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 아빠가 하는 말이 청계상가 홍OO 사장이 아무 일 없는 것이라 말하며 소개하여 주어서 사게 되었다 하였습니다’고 말하였다. 윤상림 부인은 계속 말을 한다. 아빠가 석유 팔 때에는 가정적이었고 좋은 분이었는데 이제는 그 전 아빠가 아니고 아주 딴사람이 되어 있어 저 역시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윤상림이) 홍OO 말을 하면서 OOO은 자기가 사진 한 장 찍어서 집어넣으면 문닫는다 하면서 홍OO은 자기에게 까불지 못한다는 자기의 가오다시를 하면서 나와 대화를 30분이 넘도록 하였으나 윤상림이는 나와 이야기 속에서도 계속 양심을 속이면서 대화를 하는 것을 나 역시 알면서 계속 대화를 하였다. 윤상림 자가용은 로얄레코드에 무선안테나를 두개씩이나 달고 아주 기관 냄새가 나도록 해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1985년) 6월21일 밤에 최OO 홍OO는 룸싸롱에 가서 최OO 소장(당시 서울 을지로 파출소장)에게 체육관 사항을 이야기하자 윤상림이는 최OO 소장을 구타하여 코피까지 나게 하여 최 소장은 늦은 시간에 (우리) 집에 전화를 하여 이 못된 놈을 혼내줄까하는 전화를 받고 참으라고 말해주었다. 최OO씨의 얼굴은 멍이 좀 들었고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가슴이 뛰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시경 형사와 방첩대 소령이 있는 곳에서 민주경찰 간부를 손짓하여 피를 흘리게 하는 이와 같은 행동을 하고도 자신의 배경으로 하여 약자들의 피를 먹고 사는 그런 인간은 나는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
“상림이 너를 내가 처음 알았을 때 열심히 노력하여 개미처럼 근면성실하게 살려는 그 뜻이 고마워 그 동안 사심 없이 대해 주었건만 어찌 사나이 대장부가 정의를 저버리고 불의에 타협하는 못난 인간이라는 점에 너에 대한 실망은 너무나 크단다”(서씨가 1985년 윤씨에게 보낸 옥중편지)
“이와 같은 편지를 받고서도 윤상림은 사건을 만들어 체육관 건물을 자기 부인 앞으로 해놓고 구치소에 있는 나에게 최고서와 고소장을 넣어 4월10일 출소한 후 자신은 돈도 많고 정부기관에 아는 사람도 많아 재판에는 꼭 이길 수 있으니 자기한테 져 줄 수 있느냐고 나에게 자신있게 말하였고….”
한상진 기자 sjin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