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진갑용, 신태용.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올 시즌 팀내 최다승(11승)을 기록한 이승호(LG 트윈스)는 자신이 프로 유니폼을 입게끔 해준 두 명의 스카우터를 잊지 않고 있다. 여전히 스카우터로 활동하고 있는 정성주 팀 스카우터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유니폼을 벗은 이일환 전 LG 코치가 그들이다. 이승호가 두 사람을 가슴에 담고 있는 이유는 대학 시절 이들로부터 받은 신뢰와 믿음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대학 때에는 시합도 못 뛰는 경우가 많았어요. 자신감 부족으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두 분은 오로지 가능성만 보고 저에게 ‘베팅’을 해 주셨죠.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거예요.”
강원도 출신인 프로축구의 우성용(포항 스틸러스)에겐 대학 진학을 적극 도와준 김희태 감독(전 부산 대우 감독·포천어린이축구센터 감독)이 바로 인생의 은인. 우성용은 지금도 김 감독에게 수시로 안부전화를 한다.
“한마디로 강릉 촌놈을 아주대로 데리고 와서 키워주신 거죠. 선수는 최선을 다할 때 아름다운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해 주셨고요.”
고향이 제주도인 최진철(전북 현대) 역시 (오현)고등학교 은사인 고 이현조 감독을 가슴에 묻어놓고 있다. 최진철이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돌아가셨기 때문에 월드컵에서의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고 했다. “사실 제주에서 운동으로 대학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때때로 이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운동을 계속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절반 가능성에 아낌없이 투자]
노정윤(부산 아이콘스)이 ‘고마운 분’으로 언급한 백한영씨도 이미 고인이 되었다. 백씨와는 노정윤이 일본 J리그에 진출할 때부터 인연이 이어졌다.
“한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어요. 당시 저는 통역이 없어서 제대로 의사소통도 못하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고생이 많을 때였죠. 그때부터 저의 후원자를 자청하시고는 음식도 손수 준비해 주시고 통역도 해 주셨는데 안타깝게도 지난 월드컵 기간에 돌아가셨어요.”
구자운(두산 베어스)은 선배인 박명환을 주저 없이 ‘후원자’로 꼽았다. 99년 프로에 처음 들어와 부상으로 마음고생을 겪고 있을 당시, 박명환으로부터 아낌없는 선배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당시 선배도 3년 만에 처음으로 심한 부상을 입어 2군에서 재활훈련을 할 때였거든요. 조언을 참 많이 해줬어요. 사실 갓 들어온 후배를 대선배가 직접 챙겨주는 경우가 흔치 않거든요.”
▲ (왼쪽부터)우성용, 서장훈.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가족끼리 모임을 가질 정도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벗어난 사이죠. 약을 지어주는 것 외에도 답답할 땐 격려도 곧잘 해주고…. 워낙 믿을 수 있는 분이라 다른 팀 선수들도 많이 소개시켜 준 걸요.”
팀을 3년 연속 정상에 올려놓은 신태용(성남 일화)이 꼽는 ‘은인’은 ‘군산 형님’이다. 군산에서 수산물 경매를 하는 정현용씨가 그 주인공으로 싱싱한 수산물을 사시사철 빼놓지 않고 신태용에게 올려준다. “아나콘다 만큼이나 큰 바다장어 보신 적 있으세요? 꽃게철에는 꽃게를 원없이 먹게 해주는데 손수 보양식도 만들어 주세요. 선수와 팬 사이로 만났지만 지금은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죠.”
[스타 빛나게 하는 그림자]
지난해 46개, 올 시즌 53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심정수(현대 유니콘스)는 ‘맥스’(MAX)의 공금석 사장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배트를 바꾼 이후로 홈런도 잘 나오며, 특히 공 사장이 배트를 만들 때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줬기 때문에 타격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
“단순히 배트를 지원해 줘서 고마운 게 아니라, 선수 개인의 자그마한 의견까지 적극적으로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 주시니 선수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거죠.”
한편 서장훈(삼성 썬더스)은 인생의 후원자를 묻는 질문에 잠깐 고민하더니 ‘부모님’이라고 말했다.
“아마 모든 선수들의 후원자는 결국 부모님이 아닐까요. 특별한 뭔가가 있다기보다는 언제나 늘 한결 같은 그런 뒷바라지, 그런 게 있기에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거겠죠.”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