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매니저 송대한씨(왼쪽)와 이천수. | ||
지난 13일 해외파 선수들이 불가리아전을 앞두고 타워호텔에서 특별훈련을 하던 첫날, 가장 뒤늦게 나타난 이천수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기자들의 눈을 피해 주차장 한곳에 차를 세워놓고 이천수의 등장을 주시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매니저 송대한씨였다. 송씨를 발견한 기자는 그의 차 안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주된 내용은 이천수가 스페인에서 귀국한 뒤로 송씨와 연락을 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이천수를 만나기 힘들어 직접 훈련장으로 찾아왔다는 그의 얼굴엔 일종의 배신감과 허탈감이 뒤엉켜 있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천수가 매니저를 피해 다녔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천수와 송씨는 스카이콤(주)라는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처음 만났다. 스카이콤의 팀장이었던 송씨는 전담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이천수와 친형제 이상의 각별한 친분을 나눴고 이천수의 사생활과 운동스케줄 등을 체크·관리하고 홍보·기획하면서 ‘이천수 스타 만들기’에 정성을 쏟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천수의 스페인 진출 즈음에 송씨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면서부터 비롯됐다. 송씨는 스카이콤에 사표를 제출한 뒤 개인 사무실을 차렸고 송씨와 한배를 타기로 한 이천수도 자연스레 스카이콤에서 나와 송씨와의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천수가 스카이콤과 계약을 맺으면서 조건으로 내세웠던 부분 중 한 가지가 ‘송대한씨가 스카이콤을 그만두면 이천수와 스카이콤의 관계도 효력을 상실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스카이콤측에서도 이천수의 행동을 제재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
그러나 스카이콤측에선 송씨의 행동에 대해서만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천수의 해외 진출 시점과 맞물려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송씨의 저의가 너무 속보이는 행동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물론 송씨도 할 말은 있다. “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회사를 떠난 게 절대 아니다. 당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말못할 속사정이 있었다. 그 부분을 누구보다 스카이콤의 사장이 잘 알고 있다”고 항변했다.
스카이콤측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버티기 작전’을 구사했고 송씨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소속은 물론 이천수와의 관계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회사측에 강력하게 사표 수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이천수의 아버지 이준만씨가 ‘태클’을 걸고 나섰다. 이씨는 송씨와 이천수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면서 단지 그동안 알고 지낸 ‘정’ 때문에 이천수도 송씨한테 이끌려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송대한씨가 스카이콤과의 관계를 깨끗이 정리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쪽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천수와 일을 하기로 했다는 것 자체가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이참에 아예 관계를 정리하라고 천수한테 지시했다.”
스카이콤의 노제호 사장은 “송대한씨와의 문제를 가급적 빨리 매듭지을 예정”이라면서 “송대한씨와 이천수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회사와 관련해서 ‘얼룩진’ 기사가 나가길 원치 않아 참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송대한씨는 이천수가 스페인으로 출국하기 전에 30여 분간 ‘비밀 회동’을 한 후 두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다고 한다. 이천수가 송씨와 매니저 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최종 통보했고 송씨도 깨끗하게 이천수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후문. 어찌보면 이천수를 믿고 독자적으로 스포츠 매니지먼트사를 운영하려 했던 송씨 입장에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었지만 계약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동안 쌓아온 인간적인 ‘정’을 너무 과신했던 송씨의 판단도 큰 착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카이콤에서 송씨와 이천수를 풀어주면 이천수는 공식적인 매니지먼트사가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몇몇 스포츠매니지먼트사에서 이천수와 이천수의 아버지를 상대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그 중에서 스포츠 사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S사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