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의 코너킥을 문전에 서 있던 제가 비호같이 날아올라 헤딩을 했는데 상대 선수 무릎을 맞고 골인이 된 거예요. 솔직히 처음엔 제가 골을 넣은 줄 알았어요. 손을 쳐들고 좋아하면서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는 등 나름대로 골 세리머니는 제대로 했거든요. 그런데 알고보니 상대의 자책골이라는 거예요. 얼마나 민망하던지. 김은 빠졌지만 제가 한 헤딩골이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라 상당히 기분은 좋았답니다.
얼마 전 히딩크 감독님이 네덜란드의 축구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영표형과 저에 대한 한 축구기자의 공격성 질문을 받았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그 기자분에 따르면 ‘두 명의 동양인 선수들이 에인트호벤팀을 위해 크게 한 일이 없다’는 거죠.
영표형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전 할 말이 없는 입장이에요. 그분의 지적대로 별로 보여준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하루하루, 한 주 한 주, 한 해 한 해의 성적에 연연했다가는 이곳에서 목숨(?) 부지하며 오래 버틸 수가 없어요. 때로는 기자들의 지적을 애써 무시하기도 하고 기사를 읽고도 못 읽은 척하며 무관심으로 대해야 흔들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답니다. 그런 점에선 네덜란드어를 잘 모르는 게 때론 다행이기도 해요.
요즘은 가끔씩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봐요. 특히 한국문화에서만 볼 수 있는 선후배 관계가 여기처럼 위계질서 없이, 나이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두가 친구인 분위기에서는 그리울 때가 있어요.
전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예전에 비하면 훨씬 자유스러워졌지만 그 뿌리만큼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어요. 오랜만에 대표팀에 소집돼 선배들과 만나면 그리웠던 정이 새록새록 생기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저 혼자뿐이잖아요. 아파도 혼자 견뎌내야 하고 힘들어도 혼자 이겨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럴 때마다 누가 절 좀 이끌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선배한테 기대하고 충고를 듣고 또 따르는 선후배 문화가 그리운 거죠. 연말이라서 그런가. 괜히 정들었던 사람들이 자꾸 보고 싶어지네요.
12월4일 에인트호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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