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생활 말고는 집을 떠나 본 적이 없었던 난 집사람과 차를 몰고 집을 구하러 광주로 향했다. 광주에 도착해서 우리가 처음 간 곳은 한식 전문 식당이었다. 그것에서부터 놀라움은 시작됐다. 식사 2인분에 각종 음식이 30여 가지가 나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맛이 죽여주는 것들이어서 우리는 음식 맛과 가짓수에 놀랐고 홍어 냄새에 쓰러졌다.
배불리 잘 먹고 계산하러 가서 또 놀랐다. 주인이 나에게 해태(현 기아)로 온다는 기사를 봤다며 “아따, 반갑소∼잉 내년에 홈런 30개만 때러부러요∼잉” 하면서 그냥 가란다. 머뭇거리는 나를 향해 주인이 결정타를 날렸다. “아따 참말로 그라문 허벌나게 섭허지라∼잉.” 그래서 우리는 그냥 나왔다.
차를 몰고 구단 직원이 알려준 금호동으로 가던 우리는 도무지 길을 몰라 지나가던 젊은 남자한테 길을 물었다. 그런데 아뿔사 그 남자가 차도로 내려와 운전석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나도 차에서 내려 ‘한판 뜰려고’ 하는데 그 남자가 내 어깨에 팔을 올리더니 자기 얼굴을 내 뺨에 갖다 붙이고선 손가락으로 앞쪽을 가리키며 “쩌그, 사거리 보이요. 쩌 사거리 살짝 지나서 오른쪽에 전봇대 보이지라” 하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그 남자 왈, “그 전봇대는 무시해부고 지나가부러. 그라고 우측으로 살포시 꺾어 쭉 가불면 거그가 금호동이여. 그랑께 잘 찾아가쇼∼잉.” 너무나 황당하고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전봇대 때문에 약간 헷갈렸다. 우측으로 살포시 꺾어 잘 가던 우리는 이정표를 보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의경한테 걸려서 통사정을 해도 ‘얄짤’ 없었다. 그때 차에 있던 순경 한 명이 오더니 “뭐여, 아저씨, 위반을 했부렀으면 면허증을…” 하더니 “워메 이게 누구여! 이병훈 센수 아닌가벼” 하면서 의경한테 “야이, 호××야. 너 지금 누굴 잡고서 ×랄이여, 너 저리비켜”라며 내 손을 잡더니 무척 반가워했다.
내가 사정 이야기를 하자 그 순경이 자기가 직접 내 차를 몰고는 금호동까지 데려다줬다. 그리고 밥까지 사준다길래 배 터지게 먹고 왔다고 하자 꼭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고 갔다. 후에 그 순경과는 형님 동생 사이로 지냈다.
그 해 겨울 금호동에 이사한 우리는 본격적인 객지 생활에 들어갔지만 불편함이 없었다. 동네분들이 우리 동네도 프로야구 선수가 살게 됐다며 지극 정성으로 돌봐줬다. 식당 가서 잘 먹고 돈을 내려고 하면 주인이 막 짜증(?)을 내는 것은 물론, 슈퍼 가서 음료수 사고 지갑 꺼내다 보면 갑자기 주인이 사라지거나 서점 가서 책을 사면 주인이 “내 소원이 야구선수한테 선물해 보는 것”이라며 쫓아내고 건강원 주인은 붕어즙을 해다 주고….
이번에 광주로 거처를 옮기는 마해영은 이런 점에서 행복한 사나이다. 광주 사람들의 인심과 야구 사랑은 어느 도시 못지 않게 뜨겁고 지속적이기 때문이다.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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