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같지만 오늘은 유난히 몸이 무거웠어요. 우리 팀이 모두 3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위축된 플레이를 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고요. 전반전 끝나고 나오는데 팬들로부터 엄청 야유를 들었어요. 그 야유의 대상자가 저인지 아니면 다른 선수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모든 소리가 다 저를 향해 퍼부어지는 것 같아 정말 괴로웠습니다.
축구가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할까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너무 어렵네요. 사실 축구를 시작한 이유가 재미있었기 때문인데 이렇게 힘들고 사람 피 말리는 운동이었다면 아예 하지 말 걸 그랬나 봅니다(진짜 마음 약한 소리하고 있네요).
이렇게 심한 자책을 하다가도 골이 한번 터지면 그 희열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죠. 그때는 ‘아, 내가 축구하기를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도 당연히 할 것이고요.
요즘에는 경기장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고 아득해질 때도 있습니다.
한때는 축구를 즐기면서 한 적이 있었어요. 힘든 생활도 즐기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솔직히 즐기기보다는 이 사태를 어떻게 모면해나가야 할까 하는 고민이 훨씬 큽니다.
올 시즌은 솔직히 박지성이란 축구 선수의 성장을 느낄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퇴보했으면 퇴보했지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오늘 일기는 참으로 우울하네요. 이렇게 힘들게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잠이 오질 않아요. 게임도 하기 싫고 책도 보기 싫고, 아버지의 잔소리를 피해 방으로 들어와선 멀뚱멀뚱 천장만 쳐다보고 누워 있곤 합니다.
좀 더 뻔뻔해져야 할 것 같아요. 좀 더 오버도 해야 될 것 같고. 실수를 탓하지 말고 자신을 존중하는 자기 사랑도 배워야 할 것 같고요.
어느 때보다도 제 속마음을 많이 보여 드렸네요. 아마 내일 일어나서 일기 내용을 보고 후회할지는 몰라도 지금 이 순간은 마치 발가벗은 심정이 돼 여러분을 찾아가는 중이니까요.
12월10일 에인트호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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