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건 혈액형이었지만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혈액형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새해 인사 겸 2004시즌 구상에 대한 질문 겸 해서 수화기를 들고 ‘노가다(?) 인터뷰’가 시작됐다. 흥미로운 점은 감독들 모두가 다른 감독들의 혈액형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 “누가 또 나와 같은 혈액형이냐”는 궁금증에서부터 “누구는 무슨 혈액형이냐”는 물음도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도중 기억에 남는 감독과의 에피소드 세 가지.
(1)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답을 잘 해주던 이장수 감독(전남)이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돌변(?)했다. 문제는 “어떻게 쑥스럽게 본인의 입으로 본인 성격을 말할 수 있느냐”는 것. 결국 기자와의 실랑이 끝에 이 감독의 아내와 통화하는 걸로 합의점을 찾았는데 이 감독의 순수함을 읽을 수 있었다.
(2) 김정남 감독(울산)과의 인터뷰. “새해라서 토정비결 같은 기사가 많이 나와 이번에는 혈액형으로∼”라는 기자의 취지를 채 듣지도 않고 김 감독 “에이, 난 그런 거 잘 안 믿는데∼”라면서 이렇게 외친다. “○○년 ○월 ○일인데 시간도 말해야 하나?”. 토정비결이 아니라 혈액형 분석이라는 기자의 설명에 양쪽 모두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3) AB형을 찾아보기 어려워 헤매고(?) 있는 가운데 자다가 기자의 전화를 받은 전창진 감독(원주 TG)의 입에서 나온 말이 ‘AB형’. 그때까지 유일하다는 기자의 흥분된 목소리와는 달리 유일하다는 말이 부담스러워 “AB형 말고 그냥 A형으로 해달라”는 전 감독의 억지(?). 아니 다른 건 바꿔도 어떻게 피를 바꾸느냐고요.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