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서 활약하는 네 명의 한국선수가 남해캠프에서 색다른 합동훈련을 했다. (1)권윤민 (2)최희섭 (3)류제국 (4)봉중근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국내 프로야구단 관계자들은 ‘미니 메이저리그 윈터캠프’로까지 부르는 이곳을 앞다퉈 방문했다. 메이저리거들의 훈련 비법(?)을 한 수 배우기 위함이다. 지난 12월30일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4명의 한국선수가 합동훈련을 하고 있는 남해캠프를 찾아 그들만의 색다른 훈련 비법이 무엇인지를 밀착취재했다.
남해 대한야구캠프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는 메이저리거 최희섭(24·플로리다 말린스)과 봉중근(23·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리고 마이너리그 유망주 권윤민(25·시카고 커브스)과 류제국(21·시카고 커브스) 등 4명이다.
이들은 모두 에이전트 이치훈씨(‘Hall of dream’ 대표)가 관리하고 있는 선수들로 효율적인 겨울철 훈련을 위해 남해에 합동캠프를 차렸다. 훈련은 구명근 대한야구캠프 총감독의 지도 아래 진행된다. 구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코치연수를 받은 경험이 있어 지난해부터 최희섭의 겨울훈련을 진두 지휘해 왔다.
훈련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공수’됐다. 봉중근에겐 애틀랜타에서 지시한 ‘선발투수용 훈련스케줄’이 적용되고 있고, 최희섭도 몸쪽 공 공략 등 약점 보완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이미 실행 단계에 있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된 시각은 오전 10시. 각자의 스케줄로 바빴던 4명의 선수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농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은 시작됐고 스트레칭이 끝나자 최희섭은 헬스장으로, 다른 선수들은 리틀야구장으로 이동했다.
봉중근 권윤민 류제국은 단거리 달리기로 몸을 풀었는데 10m 왕복 달리기, S자 달리기 등을 통해 민첩성과 유연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 훈련중인 빅리거 최희섭(왼쪽)과 봉중근. | ||
봉중근과 류제국은 이어 캐치볼을 시작했다. 봉중근은 올 시즌 투구 폼을 바꾸려 하기 때문에 새로운 투구 폼을 완성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봉중근은 “약점으로 지적된 제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고 가슴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곧바로 투구에 들어가는 자세”라며 “선발투수로 뛰려면 제구력은 기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봉중근의 새로운 투구 폼은 선동열이 일본 진출 후 기존의 투구 폼을 버리고 군더더기 없는 피칭을 선보였던 것과 흡사하다.
리틀야구장에서의 훈련은 운동장 바닥에 5개의 표식을 세운 뒤 지그재그로 왕복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구 감독은 초시계로 선수들의 기록을 일일이 체크했다. 훈련 이틀째인 이날 16초5의 랩타임을 기록한 봉중근은 “첫날은 몸이 좀 무거웠는데, 오늘은 기분이 상쾌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같은 시각 웨이트장에 들어선 최희섭의 손에는 A4용지 4장짜리 ‘복근강화프로그램’이 들려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공수된 이 프로그램은 사진설명과 함께 총 12가지 동작이 자세히 설명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음악이 있어야 헬스를 할 수 있다는 최희섭은 주로 하체를 단련하는 기구들을 하나씩 섭렵(?)해 나갔다. 하지만 한쪽 다리에 부가하는 평균중량은 결코 10kg 이상을 넘지 않았다. 최희섭은 “지금은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무리하면 안 된다”면서 “메이저리그식 훈련의 핵심은 무조건 오래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짧은 시간에 집중하면서 강약을 조절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최희섭의 웨이트트레이닝은 마지막 기구인 사이클에서 가장 오래 걸렸다. “지난 시즌 경기 도중 넘어져서 머리를 다친 후 처음 한 운동이 사이클이었다. 사이클이 두뇌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머리 쪽에 충격이 갔을 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권장하는 운동 중 하나다.”
▲ 선수들이 20여m 앞에 떨어진 테니스공을 맞히는 훈련을 하고 있다. 꼴찌가 점심을 샀다. | ||
아무리 메이저리거라고 해도 지름 6.5cm의 테니스공을 맞히기란 쉽지 않은 일. 10여 번 수비 차례가 돌아간 뒤 권윤민이 가장 먼저 테니스공을 맞혔다. 가장 나중에 테니스공을 맞히는 선수는 점심을 사는 것이 또 다른 규칙. 이날 꼴찌는 류제국으로 훈련을 마치고 구 감독과 선수들을 캠프 인근의 중화요리집으로 이끌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2시께 다시 선수들이 모였다 이번엔 타격훈련. 최희섭이 양쪽 팔을 고무밴드로 연결해 묶은 뒤 타격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훈련법은 플로리다의 존 피터슨 코치에게 배운 방법으로 스윙시 양쪽 팔이 벌어져 타격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해 준다고 한다.
선발전환에 욕심을 내는 봉중근도 최희섭의 자문을 받아가며 타격훈련에 땀을 쏟았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우고 있는 권윤민은 “지난해 4월 어깨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아 최근에야 훈련을 시작했다”며 “내년에는 트리플A 그 다음엔 빅리그에 설 것”이라고 단계별 목표를 밝혔다.
타격훈련이 끝나고 다시 웨이트장에 모인 선수들은 1시간 가까이 각자의 프로그램에 따라 기구들을 이용해 땀을 흘렸다. 오후 5시가 넘어서 이들은 인근의 온천 목욕탕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온천마사지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것.
저녁시간은 선수들에게 자유시간이다. 식사 후 TV도 보고, 수다도 떨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취침시간은 대략 10시에서 11시 사이, 희망찬 2004년을 꿈꾸는 한국인 ‘용병’ 선수들이 각자의 기대치를 갖고 달콤한 꿈나라로 빠져 들어가는 순간이다.
남해=안순모 프리랜서